미국에는 중 고등 학생들이 한국처럼 공부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한국에서처럼 열심히 하는 학생들도 있으나 대부분은 좀 편하게 공부하는 편이다. 나도 아들이 둘이 있지만 중학교, 고등 학교 때 별로 공부를 하지 않았고 또 공부하라고 푸쉬하지도 않았다. 자신들이 알아서 열심히 공부하면 몰라도 부모가 강요해서 공부를 하면 나중에 꼭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부모가 강요해서 공부를 하면 좋은 대학, 동부의 아이비 리그 대학교에 입학할 수가 있다. 그러나 들어간 다음에 성적이 떨어진다든지 낙제를 한다든지 하는 일들이 많다. 심지어는 자살하는 한인 학생들도 있다. 고등학교까지는 열심히 부모의 강요에 의해서 공부했지만 대학에 들어가서는 옆에서 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공부하고 싶어서 하는 학생은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잘하게 되나 억지로 공부했던 학생들은 문제가 생기는 일이 종종 있다. 물론 옆에서 도와주고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본인이 기쁨으로 공부할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미국의 고등학생들은 과외 활동을 많이 한다. 무료 봉사라든지, 체육 활동이라든가, 콤뮤니티 봉사에 지원해서 남는 시간들을 많이 활용한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갈 때 그런 경험들을 매우 중요시한다. 우리가 경험한 바로는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때에 대학 입시 공부하느라고 몇 시간밖에 자지 못한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서는 대부분이 고등 학교 때처럼 공부하지 않는 것을 본다.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할 수 있는 기초를 배우는 것이다. 그것은 전공이 아니다. 진짜 공부를 열심히 해야할 때는 전공을 공부할 때이다. 그런데 고등 학교 때에는 죽어라 공부하고 진정 공부해야 할 전공인 대학은 대강 공부하면서 넘어가는 것을 볼 때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 다닐 때는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대학 들어가서는 밤잠을 안 자면서 열심히 하는 것을 보았다. 자식들이 그랬다. 고등학교 때 대강 대강 놀면서 공부하더니 대학에 들어가서는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데 옆에서 볼 때 안타까울 정도이다. 그래서 대학원에도 전 장학금을 받으면서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그 전공 분야에서 권위를 가지고 사회의 지도자로 활동하게 된다.
 우리 큰아들이 윌슨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총 학생회장에 출마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학생회 ASB(Association of Student Body) 의 임원이었기 때문에 12학년에(고3) 올라가면서 총 학생회장에 출마한 것이다. 학교에서 정견 발표도 하고 인기 자랑도 하고 친구들을 통해서 선거 운동도 하는 것을 보았다. 참으로 대견스럽게 생각했다. 그런데 백인학생 한사람도 총 학생회장에 출마한 것이다. 결국 우리 아이와 백인 학생이 경선을 하게 되었다. 이주일 후면 투표를 하게 되는데 포스터를 붙이려고 나와 아내와 샘이 함께 밤에 학교에 갔다. 이미 벽에는 백인 학생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가장 좋은 자리, 가장 잘 보이는 자리는 이미 다 붙여 놓았다. 그리고 그 백인 학생은 서 너 명의 참모들을 이끌고 다 붙인 다음에 트럭에 사다리를 싣고 있었다. 이미 다 붙이고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참모 가운데 한 여학생은 우리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한인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았을 때 참으로 묘한 감정이 생겼다. 왜 한인 학생이 한인 학생을 돕지 않고 백인 학생을 돕는가. 그것도 같은 교회에 다니는 여학생이 왜 샘을 돕지 않고 백인 학생을 돕는가. 그러나 이것은 1세들의 생각이지 2세들의 생각은 다른 것이다. 우리는 참모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 않았다. 우리 식구들만 가서 하나씩 붙였다. 마음이 참으로 안 되었다. 외롭게 자신의 포스터를 붙이는 자식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기도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샘은 당당히 백인 학생을 제치고 윌슨 고등학교 총 학생회 회장에 당선이 되었다. 정견 발표도 멋있게 잘 했고 평소에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미국 와서 많은 고생을 했다. 그러나 자식이 백인 학생을 제치고 총 학생회장에 당선되니 마음 흐뭇했고 미국 고생이 다 사라지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