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 것이라고 예상되던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완전히 물먹은 시상식이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감독상을 예상했지만 꽝이었다. 주연배우 브래들리 쿠퍼는 남우주연상을 기대했으나 그것도 꽝이었다. 스티븐 호킹 역으로 열연한 ‘The Theory of Everything(만물의 이론)’의 에드 레드메인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러나 난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감명 깊게 봤다.
 지난 22일 할리웃의 돌비 시어터에서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느낀 점 하나는 배우들이나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경노사상 하나는 뛰어나다는 것이다. 금년은 ‘사운드 오브 뮤직’이 탄생한지 50주년이 되는 해 이다. 그래서 그런지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가수 레이디 가가가 아름다운 고전적 흰색 드레스를 입고 나와 그 영화의 삽입곡을 불렀고 노래를 끝내면서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전설적인 배우 쥴리 앤드류스를 소개했다. 순간 객석에 앉아 있던 모든 영화종사자들이 한꺼번에 기립하여 쥴리 앤드류스에게 박수를 보냈다. 선배 알아보는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늘 생각나는 또 하나의 경노사상이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선배들에 대한 정중한 예우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2014년 한 해 동안 세상을 떠난 영화 커뮤니티의 선배들을 추모하는 영상이 소개되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유명배우에서 무명배우에 이르기까지 영화 물을 먹고 살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일일이 소개하며 조용히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패치 아담스’ 등 무수히 많은 작품들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떠난 로빈 윌리암스를 비롯하여 필립 세이머 호프만, 제임스 가너, 미키 루니, 조앤 리버스 등등 수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함께 영화에 출연하여 아내도 되고 남편이 되기도 하고 적군이 되었다가 어느 때는 아군이 되기도 했던 동료들의 생전 모습을 회상하며 화려한 시상식 중에도 영화인들이 가장 엄숙해 지는 때가 바로 이 순간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워야 할 점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 크리스천 공동체에서도 복음 전파를 위해 평생을 전사(戰士)와 같이 살다가 세상을 떠나는 선배 목회자들에게 예의바른 존경심을 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각 교단 총회에 가보면 목사 안수식은 화려하게 진행된다. 화려한 롭에다 스톨을 목에 걸고 축하의 꽃다발이 물결을 이룬다. 이런 목사 안수식에 비해 은퇴 찬하식은 좀 쓸쓸해 지는 분위기다. 더 쓸쓸한 것은 추모식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세상을 떠난 분들에 대한 추모식은 더 간단하고 형식적으로 때우려는 경우가 많다.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평생을 교회의 부흥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온 목회자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면 교단적인 차원에서라도 그 분의 발자취를 더듬어 ‘위대하게’ 추모해야 마땅하다. 한 목회자를 통해 세례를 받고 중생을 경험한 자들의 숫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천하보다 귀한 영혼을 단 한명이라도 구원의 길로 안내했다면 천하만큼 위대하게 그 목사님을 추모할 이유가 있다. 목사님을 통해 예수님을 알게 된 이들의 아름다운 간증에서부터 이 땅에 남겨놓은 크고 작은 신앙적 유산들을 고귀하게 추억하는 일이야말로 교단, 혹은 믿음 공동체의 중요한 아젠다가 되어야 한다. 복음을 위해 평생을 살다가 별세한 목사 남편과 사별한 사모님들은 어디서나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천대받기 일쑤다. 사실 거들 떠 보지도 않는 분위기다. 일년에 한번 모이는 교단총회에서라도 홀사모님들을 특별석에 모셔놓고 극진하게 위로하고 대접하는 교단 매뉴얼이 개발되어야 한다. 교단총회에 가보면 감투를 쓴 사람들이 마치 황제나 교황처럼 느껴지게 행동한다. 주의 종이 아니라 주님보다 높은 왕처럼 보인다. 대개 구린내 나는 뒷돈거래로 감투를 쓰고 나면 마치 교단의 점령군처럼 행동하는 무례함을 회개해야 한다. 오히려 청춘과 생애를 바쳐 목회현장에서 헌신하고 세상을 떠난 무명의 선배목사들을 추모하며 홀사모들에게 다가가는 겸손한 지도자상이 느껴져야 한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세계 영화시장을 주름잡는 배우들이 레드카펫에 서는 스펙타클한 아카데미 시상식을 그냥 ‘딴딴라 쇼’라고 폄하하지 말자. 그들의 경노사상, 특히 별세한 선배, 동료들에 대한 추모의 태도를 바라보며 우리도 느껴야 한다. 복음을 위해 살다 세상을 떠난 분들에 대한 추모의 태도가 조금은 바뀌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