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 아침 LA 북서쪽 엔시노에서 규모 4.4의 지진이 발생했다. 남가주 전역이 화들짝 놀랐다. 모두 빅원의 전조가 아닐까 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런데 같은 날 칠레와 대만에서도 4.4와 6.2 규모의 지진이 잇달아 발생했다. 환태평양 ‘불의 고리(Ring of Fire)’ 지진대에서 동시에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지구야! 왜 이래?” 강진은 아니어서 피해는 없었지만 슬슬 겁을 주는 지구에 대해 사람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다른 주는 몰라도 지진이 많은 남가주 지역 학교들은 주기적으로 지진대비 훈련을 받는다. 그래서 LA에서 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지진이 나면 어른들보다는 훨씬 더 의연하게 대처한다. 드롭(drop)-커버(cover)-홀드(hold on), 초등학교 아이들도 외우고 다니는 3박자 지진대비 동작이다. 지진이 나면 바닥에 몸을 낮춰 책상 밑으로 기어 들어가 머리를 손으로 감싸 엎드린채 책상 다리 등을 손으로 잡고 있는 훈련이다. 집에서는 적어도 3일간의 비상식량, 식수를 준비하고 비상약품, 현금, 손전등, 라디오 등을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다. 6개월마다 이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한다. 1994년 노스리지 지진을 경험한 나로서는 우선 병물을 그라지에 준비해 놓고 방마다 손전등을 비치해 놓는 것은 철저하게 실천에 옮기고 있다. 노스리지 지진이 발생하던 날 새벽, 그 어둠속에서 겁에 질려 웅크리고 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두렵기만 하다. 지진은 누구에게나 두려움의 대상이다. 하나님께서는 지진을 통하여 세 가지 다른 뜻을 나타내셨는데 우선 소돔 및 고모라 사건에서 보듯 지진을 심판 또는 징계로 사용하시는 경우가 있다. 또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나 빌립보 감옥에서 바울과 실라를 구하신 것처럼 구원의 역사로 사용하신 적도 있고 모세가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받을 때처럼 의사소통을 위하여 자신의 임재를 드러내실 때 사용하신 적도 있다. 지진이란 이처럼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시는 다목적 무언의 메시지라 해도 우선 무섭고 떨리는 게 지진이다. 지진을 무슨 수로 막아서겠는가? 다만 머리속에 대처방법을 입력시켜 놓고 실전에서 활용하는 방법 외엔 별 뾰족한 매뉴얼이 없다. 지진 무풍지대인 우주 정거장에 가서 살면 몰라도. 지진이 나면 교회당도 예외는 아니다. 지진이 시간을 가려서 찾아오는 게 아니라서 주일예배시간이나 새벽예배 시간에 지진이 났다고 가정해 보자. 불은 꺼지고 유리창은 깨지고 거리의 모든 신호등은 죽어 버리고 전화불통, 라디오가 없어 소식불통, 심지어 교회천정에서 떨어진 대형 전등에 맞아 부상자가 나왔다고 하자. 이런 긴박한 위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훈련과 대비 밖에 없다. 학교나 대형 빌딩 입주자들이 정기적인 지진대비 훈련을 받듯이 교회에서도 이 훈련이 필요하다. 수백 명, 수천 명의 성도들이 한꺼번에 출구를 찾아 급하게 움직이다보면 예기치 않은 재난이 덮쳐올 수도 있다. 그래서 지진발생시 움직여야 할 대피지도, 비상식량과 비상약품 비치 등 교회도 지진을 대비하고 대피 훈련을 실시하는 게 유익이다. 더구나 진두지휘를 해야 할 담임목사가 지진 났다고 더 허둥대면 나중에 예기치 않은 비난의 화살이 담임목사를 겨냥할 수도 있다.
 우선 예배당 의자 밑으로 엎드려 손이나 가방으로 머리를 보호하도록 명령(?)을 내리고 예배당에서의 비상탈출구 확보, 넓은 공간으로 이동하는데 질서를 지키도록 지휘하는 사령관 역할을 잘 해낼 경우 담임목사의 재난 대비 능력 때문에 그의 인기는 수직 상승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가 되면 지진 때문에 담임목사의 권위와 신뢰가 땅에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수님은 인류의 마지막 때를 말씀하실 때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곳곳에 기근과 지진이 있으리니”라고 말씀하셨으니 사실 지금이 말세인지도 모른다. 크림 반도를 장악한 러시아가 그 지역 원주민 타타르족을 놓고 인종청소를 실시하겠다는 흉흉한 보도가 있는 것을 보면 그게 민족이 민족을 대적하는 모습이고, 러시아와 미국이 다시 신냉전 체제로 접근하고 있는 불길한 국제정세를 뜯어보면 그게 나라와 나라의 대적이 아닌가? 세계가 떨고 있는 자이언트 지진대를 중심으로 같은 날 3개국에서 동시에 지진이 일어났으니 대뜸 떠오르는 게 주님의 말씀이다. 사실 지진대비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세상을 늘 말세로 간주하고 “마라나타,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라고 외칠만한 만반의 영적 대비를 서두르는게 우선순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