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옥 박사(기독교상담박사)

 키예프 복음 주의 신학교 가까운곳에 민속 마을이 있다하여 마침 강의도 마친후라 손 목사님과 박선교사님 내외와 같이 민속촌을 방문합니다. 서늘한 가을 단풍도 고운날, 민속촌 전통 정교회 앞을 지나다 혼례예식이 있음을 보고 손목사님과 함께 들어갔지요. 선교사님은 그곳에서 좀 지내셨다고 남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이 부담스러우신지 다른 길로 가시고 둘만 혼인식을 구경하기로 하였습니다. 일반 결혼식과 다르게 화례하게 차려입은 사제가 교회안을 빙글 빙글 돌아다니는 전통의식을 하객들과 함께 지켜 보았습니다. 예식을 방해하는 어느 누구도 없는, 사진 찍는 사람도 하나 없는 결혼식은 장엄하고 아름답더이다.  교회 안에는 우크라이나 민속의상 으로 아름답게 꾸민 두 젊은 남녀가 서 있습니다. 금실은실로 수놓은 예복을 차려 입은 근엄한 신부가 결혼예식을 집전하는 모습은 우크라이나에서 본 아름다움 중의 하나입니다. 정교회의 결혼 예식을 세상에서는 아름다운 결혼식이라고도 말한답니다. 혼례의식 후에 교회 문밖으로 나온 신랑신부의 청순하고 풋풋한 젊음은 연한 화장임에도 아름답더이다.
 우크라이나 민속의상 하얀 원피스에 소매와 치마 밑단에 붉고 큰 꽃을 수놓은 긴옷에 좀 어설퍼보이는 붉은 구슬 목걸이를 여러줄로 목에 드리운 신부, 붉은색의 양귀비꽃과 하얀꽃, 노랑해바라기, 푸른꽃의 꽃 화관을 머리에 쓴 신부, 화관끝은 머리 뒤로 묶어 길게 늘어져 있더이다. 비슷한 꽃을 가슴에 핀으로 장식한 신랑은 소박한 민속의 흰 옷을 입었습니다. 그들의 두 친구는 붉은 색실로 수놓은 넓고 긴 하얀 수건으로 결혼식 빵들고 다닙니다. 귀한 손님을 맞을 때 내놓은 흐렙솔이라 불리우는 이 빵을 준비함은 이들의 전통이라고 합니다. 결혼식 빵은 밀가루 반죽으로 빵의 장식품으로 송방울, 기러기, 비들기 모양을 한다는데 필자가 본것은 타원형의 크고 길다란 빵으로 여러 무늬가 장식되어 있더이다. 이 빵은 성스러운 제물로서 친족관계의 중요성을 나타낸다네요. 그래서 여러 친지들과 이웃들이 가져다준 밀가루로 만들어진대요. 흐렙솔 빵은 한조각씩 떼어 소금에 찍어 먹는다고 합니다. 화관은 바르비녹(barvinok) 이라는 상록가지로 만드는데 화관의 원형모양은 태양과 같이 둥글어 신혼부부에게 다산과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합니다. 혼례의식 동안 신랑 신부는 예수님의 성상과 마리아와 아기예수의 사진액자(수놓아 장식한 하얀 수건으로 둘러)를 두손으로 정중히 모시고 있더이다. 손목사님과 필자의 사진 요청에 기쁘게 긍정적으로 받아 주어 함께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교회 결혼은 정교 도입 전의 민속혼례의 요소들과 혼합되어 있다고 합니다. 혼인후 교회 종루에서 종을 쳐 혼인을 알리더이다. 사진 촬영후 신부와 신랑은 아코디온 음악이 연주되는 행렬을 따라 다른 장소로 이동합니다. 피로연은 어찌하는지 궁금이 컸지만 주위의 만류로 민속촌 경내를 두루 두루 돌아봅니다.
 시부모님이 빵과 소금을 준비하여 문앞에서 신부를 맞이하는 관습은 나쁜것들로 부터 보호 의례라고 합니다. 신부는 시댁으로 들어가는 동안 침묵을 하여야 한데요. 이러한 의례는 악귀를 막고 다산을 기원하기에 행해지는 것 이랍니다. 생각해보니 신부는 조용히 미소만 지을뿐 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교회는 일상사의 거의 모든 부분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 정교는 단순히 종교가 아니라 생활인 것이지요. 정교회는 이들의 몸과 마음을 모두 돌보아 준다고 생각하여도 틀리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민속 박물관 선물집에서 혼례예식에서 눈여겨 보았던 민속의상을 한장 구입하면서 화관도 한번 써보았습니다. 슬라브계의 백인에게는 화사하게 잘 어울리던 화관이 필자에게는 영 어색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