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수 목사(익산봉곡교회 담임)

 그런 상황이었으니 목회자는 몰론 성도들도 항상 ‘우리교회는 작은 교회이다. 어려운 교회이다. 보조를 받아야 한다.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자립할 수 없다.’ 라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작은 마을에 세워진 교회요, 모이는 성도들의 숫자도 적은 교회인지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 당시 교회가 어려우니 당연히 교회 차량이 없었다. 농촌 오지 마을이라 시내버스가 한 시간에 한 번씩 운행하기 때문에 시내를 출입하는 일이나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린 자녀들이 3Km나 되는 등교 길을  다니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그 당시 딸들이 초등학교 3학년, 2학년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등하교하는 일이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 등하교 하는 일은 거의 아내가 돌보았다. 도로를 이용해서 등하교를 하면 길이 좋아서 다니기가 좋았지만 거리도 더 멀고,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으니까 지름길을 이용해서 등하교를 했다. 그런데 옆 마을에 개들이 위험스러웠다. 그래서 항상 마중을 가야만 했다. 지름길은 논두렁, 밭두렁 길을 걸어야 했으니 여간 불편한 일이 아이었다. 그래서 차량을 구입해야 했는데 목회자 본인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고, 더욱이 교회 살림은 더 어려우니 차량을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그러던 중 시내에 있는 모 회사에서 폐차하려고 했던 낡은 승합차를 명의 이전만 하여 사용하라고 해서 낡은 승합차를 사용하게 되었다. 차량의 외관이 낡았기 때문에 창피했지만 그래도 감사하게 그 차량을 2년 정도  잘 이용하였다. 차량이 하도 낡았기 때문에 속도를 내면 마치 비행기 소리를 내는 차였다. 2년 뒤에서 서울에서 그동안 협력해 주시던 장로님 가정에서 중고 소형 승용차를 구입해 주셔서 그 차량을 몇 년 동안 잘 이용하였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2, 3년을 지내다 보니 이렇게 교회를 세우면 교회가 자립하기는커녕 더욱 힘들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 지원을 받는 교회가 아니라 주는 교회가 되도록 하자. 언제까지 받는 교회로 만족할 것인가? 지원 받는 것을 중단하자. 우리 스스로 해결해 나가자. 그리고 재대로 믿음으로 살아보자.’라고 설교하고 그렇게 교회 분위기를 이끌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역자 생활비를 지원하는 교회에 직접 찾아가서 “우리교회는 이제 생활비 지원 받는 것을 중단하겠습니다. 그동안 협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통보를 했다. 대부분의 경우 지원하는 교회의 사정상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지 지원 받는 교회에서 자청하여 지원을 중단해 달라고 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몇 년 후에는 노회에서도 지원 받는 일을 신청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당장 모든 것이 넉넉해진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표현은 하지 아니했지만 성도들 중에는 그와 같이 한 일에 대하여 못마땅하게 생각한 성도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원을 받지 않는 것으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 교회도 주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선교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라고 권면하고 적은 금액이지만 선교에 동참하는 일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선교하시는 선교사님께 적은 금액의 선교비를 보내고, 국내 미 자립 교회에도 역시 적은 금액을 목회자 생활비 명목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바뀌어진 것이다. 이때부터 교인들이 긍지를 가지고 서서히 선교에 동참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지금은 년 간 1천여만 원의 선교비를 지원하는 교회로 세워진 것이다. 과거에는 노회 소속된 교회 중에서 가장 열악한 교회로 소문이 난 교회였지만, 이제는 그래도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는 교회로 세워 주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교회에 복을 주신 결과임을 밝히는 것이다. 받기만 하는 거지 근성을 버려야 교회가 자립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