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길 목사(미주성결대학교 총장)

며칠 전 퇴근 시간에 자동차 속에서 “어머니가 그립다”라는 김동길교수의 칼럼을 들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갑자기 아버지가 보고 싶고, 쓸쓸하고 그리운 마음이 밀고 올라오는데 막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아버님이 그리워지면서 또 이 글을 시작도 하기 전에 두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하였다. 허둥지둥 62년 세월을 보내고 이역만리 타향에 서 있는 나의 모습도 그렇다. 나는 노인들을 모시고 있는 분들, 비록 정신이 건강하시지 못해도 또는 양로병원에 계신다 해도 부모님이 계신분들이 부럽다. 그 분들이 너무도 부럽다. “내게도 아버님이 어떤 모습으로라도 살아 계시면, 찾아가 뵐 수는 있을텐데!” 그런 시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10월 3일, 전주교회에서 아버님의 흉상 제막식이 있었다. 한국에 있는 형제들은 그 현장에 있었다. 그런데 나는 없었다. 이 때문에 나는 더 아버님 생각이 난다.  전주교회는 아버님의 생명과 같다. 해방과 함께 아버님은 전심전력을 다 하시어 전주교회를 개척하셨다. 아버님(류흥만 목사)은 복음을 위해서는 재산도 생명도 아끼지 않는 분이었다. 해방과 함께 전국적으로 성결교회가 재건될 때, 아버님은 성결교회의 불모지인 전주에 성결교회를 처음으로 개척하신 분이다. 사회가 극도로 혼란한 시절이기에 교회를 설립하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 어려움 속에서 또 6.25 동란이 터져 결국 죽음을 각오하시고 교회에 끝까지 남아 오늘의 전주교회가 되도록 하신 순교자와 같은 분이다.
 <6.25 때의 역사를 기록한 성결교회의 인물전 제6집 p.121 참조>
 <<어느 날 공산당원들이 교회에 좋은 오르간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젊은 인민군들이 찾아와 오르간을 내 놓으라는 것이었다. 류 집사는 오르간은 하나님의 교회의 성물이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인민군은 총구를 목에 들이대며 말을 안 들으면 당장 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그리고 그 공산당원들은 류 집사의 뒤에서 초조하게 서있는 가족들에게도 오르간이 있는 곳을 대라고 다그쳤다. 가족들은 오르간이 있는 곳을 모르기 때문에 대답을 못하고 떨기만 하고 있었다. 류 집사의 부모는 벌벌 떨면서 “가르쳐 줘라”고 했고, 부인 장기선 집사는 그 때 얼마나 떨었던지 그 때부터 심장병이 생겨 평생을 심장병 환자로 조금만 큰 소리가 나도 몇 시간씩 가슴이 떨리는 고통을 받으시다 천국에 가셨다. 그러나 류 집사는 의연하게 말했다. “너희들이 정히 가져가려면 나를 죽이고 가져가라. 지금 네 손에 총을 들고 있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셔야만 네가 총을 쏘아 나를 죽일 수 있다”라고 하였다. 그 때 오히려 인민군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총부리를 겨눴던 팔을 내리고 그냥 돌아갔다.>>
 이렇게 사신 이유는 사실 류 집사는 일제 시대에 순교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전주교회에서 교회를 새로 건축하고 역사를 정리하고, 역사기념관에 아버님의 흉상을 만들겠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님의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하여 보냈고, 형제들은 봉헌물을 가지고 참석하였으나, 나는 이곳 미국에서 갈 수 있는 신분 때문에 마음만 보내고 기도만 한 상황이기에 더욱 아버님 생각이 난다. 나는 아버님을 좋아했다. 그 이유는 몇 가지, 너무 무섭게 호령하심과 나에게 특별히 많은 핍박(?)을 하셨기 때문이다. 또 나에게 많은 지혜를 주시기도 하셨으나, 특별히 내가 마음 놓고 자랑할 수 있고, 목회의 어느 부분이라도 의논할 수 있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설교하신대로 사신 분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너무 야속하기만 하고, 지금 나의 상황이 너무 답답하기만 하여 더욱 아버님을 생각한다. 아버님이 보고 싶다. 하나님! 그 날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