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도 만들지 말고 장례식도 치르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무소유’의 법정스님 을 추모하는 글들을 캐톨릭이나 개신교 목회자들도 종교의 벽을 넘어 인터넷에 많이 올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 목회자들까지도 그 분의 죽음을 애도하며 추모하는 까닭은 그의 저서에서 수없이 말해왔던 대로 ‘맑은 가난’을 몸소 실천하며 살다가 마침내 세상을 마감할 때도 역시 가난하고 검소한 모습을 보여 주며 떠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밀실 정치의 현장이었다고 알려진 성북동 요정 ‘대원각’의 주인 김영한 보살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 란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 그 요정을 스님 마음대로 쓰시라고 시주했을 때 스님은 그 7,000평 땅을 공짜로 받아들고 “이게 웬 떡이냐?”며 굴러들어온 재산을 가지고 만약 재벌행세를 했다면 누가 그의 죽음을 그리 애석해 하겠는가? 그 자리에 그는 길상사란 절을 만들어 거기서 법회를 주관 했을망정 그 절에 자신의 오피스, 침실 한 평을 따로 만들지 않았고 잠을 잔적도 없다고 한다. 숨을 거두면서 그 절에서 마지막을 유했다던가? 출가 후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나왔다가 조카들을 만난자리에서 각자에게 종교를 묻자 누구는 불교, 누구는 기독교, 누구는 천주교라고 대답하니 “절대 다른 사람 종교를 헐뜯지 말고 이웃에게 베풀며 살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타종교에 대해 이런 열려 있는 겸양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니 어느 해에는 성탄절 메시지를 발표했는데 “오늘 우리 곁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께 비옵니다. 마음속 깊이 좌절을 입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시고, 오만해지기 쉬운 이들이 겸손과 포용의 덕을 지니도록 깨우쳐 주소서”라고 기원한 적도 있다. 그 분이 만약 축구 선수들이 골을 넣고 기도 세레머니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공론화하는 요즘 불교계의 지도자들처럼 그저 그렇고 그런 스님 중 한분이었다면 추운 그분의 장례식 날 전국에서 3만여 명의 인파가 송광사 산속까지 찾아갈 턱이 있겠는가?작은 암자 하나 차지하고 수행하며 밥도 손수, 빨래도 손수, 그렇게 청빈과 절제를 실천하며 살았을 뿐 아니라 종교 평화주의자, 자연주의자, 인애주의자로 한평생을 살았으니 불자들은 물론이고 신부님, 수녀님, 목사님, 무신론자들조차도 애석해 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만 하다. 지난해 고 김수환 추기경도 “사랑하세요, 서로 사랑 하세요” 란 짧은 유언 한마디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시면서 알 수 없는 누군가를 위해 안구까지 기증하고 가시는 그 실천적인 신앙의 삶을 보여주셨기에 온 겨레가 감동의 물결이었고 그 바람에 천주교에 입문한 새 신자가 무려 수십만 명에 달했다는 보도를 읽은 적이 있다. 평소 하던 말과 살아가는 모습이 전혀 달라 보이지 않았던 이들 정신적 지도자들의 죽음 앞에 국민들은 너도 나도 저 어른처럼 살아봐야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 개신교에서 그 맑은 가난을 실천하며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기에 합당한 ‘큰 어른’으로 살아가시는 분은 정녕 누구인가? 어느 목사님은 버럭 화를 내며 그렇게 말할지 모른다. “천주교 신부들이나 스님에게 왜 돈이 필요해? 딸린 식구도 없는데 그들이 가난한 것은 당연지사지. 그럼 우리 처자식은 누가 먹여 살려?”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말이긴 해도 그러나 오늘날 우리 기독교는 무소유는 커녕 과소유, 아니면 다소유에 너무 안달하고 있지 않은가? 고급 호텔이 아니면 모일 곳이 없는 것처럼 경쟁적으로 줄지어 서 있는 우리 시대 목회자들의 그 호사스러움. 멀쩡한 예배당도 헐어내고 넓히고 또 높여야 하나님의 영광이라고 우기는 그 소유에 대한 속보이는 집착.... 법정 스님을 가까이서 그려낸 시인 류시화 씨는 그의 ‘산에는 꽃이 피네’란 책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넘쳐나는 것은 경전과 율법이며 우리에게 턱없이 부족한 것은 그 경전과 율법이 그대로 실천된 삶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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