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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환 목사(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필자가 몰고 다니는 자동차는 도요타 프리우스다. 옛날 폭스바겐 ‘방개차’ 비슷하게 생긴 이 차를 선택한 이유는 전기와 개솔린으로 동시에 작동되는 하이브리드 친환경 차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적어도 에코프렌들리를 외치는 목사답게 저탄소 운동에 동참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연비도 적고 마음에 쏙 드는 차다. 혼자 운전해도 카풀레인에 거침없이 머리를 들이대는 그 짜릿함이란 이 차를 소유한 사람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다. 우리 집에 있는 렉서스, 코롤라도 모두 도요타다. 렉서스 역시 하이브리드라는 이유 때문에 가족들이 선택했다. 뉴욕에 살고 있는 아들도 대학 4년을 캠리를 운전하고 다녔다. 그러니까 우린 도요타 가족인 셈이다. 아니 일본차만 좋아하다니? 혹시 조상이 친일파? 그러나 천만에 말씀이다. 나는 30여 년 전 현대 ‘포니’가 미국에 상륙했을 때 제일먼저 그 차를 골라잡았다. Made in Korea, 그에 감격해서였다. 그럼 애국자? 그러나 툭하면 손잡이가 떨어져나가고 유리창의 유리가 움직이지 않는 등 이건 거의 장난감 수준이라는 불평이 터져 나올 쯤엔 그래, 미국 와서 사는 판에 결국은 실용과 품질이 우선이지, 어디 메이드 인 코리아만 고집할 이유가 있겠는가? 저녁에 파스타 먹고 싶다면 무조건 이태리 사람인가? 그런 생각이 들면서 우리는 서서히 도요타 가족으로 변신한 것이다.
도요타 가족이 된 이유는 우선 개솔린 냄새만 맡아도 굴러간다는 썰렁한 소문대로 갤런 당 마일리지가 좋다는 점 때문이었고 다른 미국 차량에 비해 별로 고장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도요타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마켓인 미국에서 ‘넘버 원 셀링 카’란 영광스러운 명예를 자랑하며 고속으로 질주하던 자동차의 왕자가 아니었던가?
그 도요타가 마침내 사상 최대의 굴욕을 맞고 있다. 끊임없는 리콜 발표에 도요타 서비스 센터는 24시간 가동이 되고 있고 새 차를 팔려는 딜러는 텅 비었는데 중고차 가게는 팔려는 도요타로 넘쳐난다고 한다. 일본의 도요타 사장이 미국에 와서 쪽 팔리지만 공개 사과를 하겠다고 계획을 잡아 놓았고 연방 의회는 청문회를 통해 도요타를 손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세상에 이런 일도 벌어지다니.....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 3를 보기 좋게 넉 아웃시키고 미국이란 링에서 챔피언 벨트를 자랑스럽게 휘날리던 도요타에게 이런 굴욕의 날이 찾아 올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도요타의 리콜 사태에 접하면서 비즈니스 문외한인 필자도 느낀 바가 있다면 결국 높아지면 낮아질 때가 있고 산이 깊으면 계곡도 깊다는 교훈이다. 사람 사는 이치가 그렇지 않은가? 영광의 때가 있으면 굴욕의 때가 있고 이문이 남을 때가 있으면 반드시 손해 볼 때도 찾아온다는 것이다.
잘 나간다고 생각될 때 좀 더 겸손해지고 1등이라고 생각되면 꼴지의 입장을 챙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런 원리는 목회현장에서도 마찬가지. 깨나 잘 팔린다 싶으면 앞뒤 안 가리고 시건방을 떠는 한국 부흥사들처럼 주제 파악을 못해 결국 나가떨어지는 목회자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목격해 왔는가? 도요타의 굴욕을 바라보면서 나 스스로를 함량보다 너무 과대 포장하며 살고 있지 않나 겸손하게 챙겨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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