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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환 목사(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한국에서 해외 동포들에 대한 참정권을 허용하면서 미주 지역을 방문하는 국회의원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2012년부터 한국의 대선과 총선에서 동포들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표에 죽고 표에 사는 국회의원들이 미국을 뻔질나게 드나들게 된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동포들이 모였다하면 아무데나 커다란 플래카드 걸어놓고 국정보고회를 한다고 한다. 지역구에 가서 하면 될 일을 미국에 와서 국정 보고회라? 따져보면 자기 과시와 뻥튀기로 잔뼈가 굵은 정치인들에게 그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런 국회의원들이 드나드는 문턱에 이쪽 미주 한인들도 정신없이 줄을 대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참정권이 시행되면 미주지역에도 전국구 몇 석을 할당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뺏지가 꿀단지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팔기위해 그들에게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국의 이런 저런 곳에 줄을 대어 출세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여기 저기 흔하게 하고 다니는 말이 “미국은 다 내 손에 있다”거나 “한인 동포들은 내가 다 말아먹고 있다”는 황당한 말로 한인 커뮤니티의 대표성을 은근히 과시하는 치사한 행위에 우리는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사실 미주 동포들에게 참정권을 준다고 얼씨구나 좋다 춤출 사람이 그리 많겠는가? 지금 생활이 어려워 투 잡, 쓰리 잡을 뛰어도 널뛰듯 튀어 오르는 교육비 때문에 아이들 대학 보낼 일이 캄캄한 판국에 한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고 누가 국회의원이 되던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되물을 사람이 아마도 90%는 넘을 것이다. 더구나 재외동포 재단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동포들에게 참정권 준 것이 잘 한 일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5사람이라면 반대한 사람도 4명이라고 한다. 만만치가 않다. 김포공항 유유히 빠져나가 잘 살겠다고 미국 가 놓고는 이제 와서 무슨 참정권 타령하느냐고 눈살을 찌푸리는 게 재미동포들에 대한 모국의 정서다. 그래서 이민자로서 늘 곱씹어야 할 결심은 이것이다. 미국 살러 왔으면 한국을 버리자. 모국을 버리다니! 이런 불효막심, 배은망덕이 어디 있어? 나무랄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내말은 괜히 양다리 걸치지 말고 오히려 모국을 버렸다는 심정을 가지고 죽자 사자 미국에 몰입해서 살아가자는 말이다.
조금 살만큼 돈 좀 모았다는 사람들이 배고파하는 것이 명예욕이다. 미국에선 감투 쓰는 일에 장애가 많으니까 한국에 가서 국회의원이란 명예도 얻고 돈도 얻고 그렇게 말년을 화려하게 살아보려고 꿈꾸는 사람들. 참정권이란게 바로 그런 소수자의 축제이지 평범한 이민자들에겐 영 가슴에 와 닿는 감격이 없다. 그런 이들이 툭하면 교민사회 전체를 손에 넣고 좌지우지 할 만큼 굉장한 존재인 것처럼 허풍을 떨고 다니면서 교회에도 가끔 기웃 기웃하고 있다. 더러는 장로란 직분을 가진 이들도 있다. 미국에서 교회 말고 어디 갈 데가 있는가? 신자가 되려는 게 아니고 다만 얼굴을 팔아서 교회조차도 자신의 한국행 감투놀음에 이용하려는 이런 자들은 아예 예배 광고시간에 소개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예배가 오염될까 두렵다.
참정권, 그런 말에 너무 정신 뺏길 시간이 없다. 미주 사는 동포들이 틈만 있으면 하나님께 조국의 번영과 선교대국을 위해 기도해 오지 않았는가? 이제 우리 조국은 살만큼 경제도 부흥하고 선교사도 2만 명 시대. 하나님의 축복이 임한 것은 틀림없다. 그것으로 우리는 주님께 감사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기서 더욱 열심히 사는 것이다. 여기서 잘 사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다. 내가 시민권 준 것은 아니지만 미국 시민이라면서 미국은 손톱만큼 관심도 없고 오직 한국에다만 안테나를 뽑아놓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꼭 바람피는 난봉꾼처럼 느껴지는 게 필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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