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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환 목사(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역시 미국은 미국이란 생각이 든다. 아이티 강진 소식을 접하자마자 오바마 대통령이 취한 발 빠른 행동도 그렇지만 병력이나 항공모함을 파견하여 생존자를 살리기 위해 물과 식품, 의약품을 실어 나르는 그 민첩한 대응은 마치 국내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것 못지않게 신속하고 대규모적이다.
더구나 클린턴과 부시 두 전직 대통령들이 특사로 임명되어 초당적으로 기금을 모으자는 기자회견도 감명적이었다. 수년 전 아시아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그 재난의 현장에 달려 나갔을 때 그때도 역시 미국은 미국이라고 탄복한 적이 있지 않은가?
물론 보수층 일각에서는 우리가 낸 세금을 쓸데없이 남의 나라 지진복구에 선심 쓴다고 정치적으로 물어뜯기도 하고 우고 차베스 베네주엘라 대통령처럼 미국이 이참에 아이티를 아예 점령해서 속국으로 만들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고 비난하는 쪽도 있다. 여기에 프랑스까지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몇 명이 사망했는지 파악이 안 되고 아직 기적의 생존자가 건물더미 속 어디에서 실 날 같은 희망을 가지고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절박한 순간에 정치적으로 이런 저런 소리를 마구 지껄이는 것은 순수한 인도주의를 살해하는 반인륜적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미국이 무슨 세계 경찰국가처럼 까분다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비극과 재앙에 대해 강대국으로서의 인도주의적 책임감을 이렇게 외면하지 않는 한 그 말이 어디 먹혀 들어갈 리가 있겠는가?
중국이 아무리 경제규모가 커져서 세계의 리더 국가가 되겠다고 설친다 해도 이런 경우 미국과 비교되지 않는 쪼잔한 씀씀이 때문에 그 나라는 멀어도 한참 멀었다. 이것이 지나친 ‘숭미주의’에서 비롯된 발상만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미국 주류사회와 세계적인 아이티 돕기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우리 미주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성금 모금이 시작되고 있다. 물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한 푼이던 두 푼이던 내 지갑을 여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재앙이 발생하면 우선 자기 호주머니는 닫아두고 사람들한테 성금 내라고 졸라대는 단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게 문제다. 물론 신뢰할 수 있는 단체들도 많다. 예컨대 남가주 선교 단체 협의회는 성금 모금과 함께 관계자들이 이번 주 직접 재난현장을 방문한다고 들었다. 믿음이 간다.
그러나 한창 사람들의 동정 심리가 피어오르는 것을 이용하여 재난 현장엔 관심 없고 이런 때를 이용해 모금 실적이나 올려보자고 작심하는 한인 단체, 구호기관, 혹은 NGO가 있다면 제발 그 위험한 발상을 접어주시라. 성금으로 입이 딱 벌어지는 수준의 직원들 연봉부터 챙겨놔야 하는 구호 기관들도 꽤 있다고 들었다.
우리 한인 교계에서도 성금을 모으면 어디로 어떻게 보냈는지 재정보고조차 슬쩍슬쩍 생략해 버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너무 많다보니 이제 성금 모으자고 소리치고 나서면 “이 사람이 진짠가?” 라고 살펴봐야 하는 현실이 얼마나 슬프게 느껴지는가?
아이티의 절망, 우리가 그냥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갑을 열 되 믿을 만한 곳인지를 확인하고 성금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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