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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환 목사(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교회 사무직원이나 행정 혹은 부목사를 따로 둘 수 없는 처지의 교회들과 통화를 하다보면 담임목사가 직접 전화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늘 겸손하고 친절하다. 그러나 3-4백여 명 넘어가는 흔히 대형 교회라고 알려진 교회의 담임목사와 통화를 시도하면 대개 사무직원들이 먼저 전화를 받는다.
그런데 담임목사와의 통화시도가 무슨 곡마단의 서커스에 나선 기분을 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사무직원이 행정목사를 바꾸더니 행정목사는 수석 부목사, 수석 부목사는 담임목사 전담 비서, 전담비서는 담임목사 보좌 장로, 그 보좌장로는 사모님... 하염없이 수화기를 들고 있는 사람은 갑자기 가슴이 쫄아 들기 시작한다. 일부러 겁주려고 이러나? 그런데 막판에는 급한 용무가 있어 담임목사와는 통화 불가라는 것이다.
그 수많은 사람을 거쳤는데 결국은 ‘골문’ 앞에서 통화 실패. 내가 지금 FBI나 CIA 국장에게 통화를 시도했나? 갑자기 황당하고 비참하게 느껴진다. 대형교회 목사는 이런 성곽속의 별천지에 살고 있어야 하는가? 회의 중, 심방 중이라면 애초부터 떳떳하게 그렇게 말할 것이지 수많은 미로를 거쳐 지금은 통화불가라... 첩첩으로 ‘인의 장막’을 쳐놓고 목사는 지금 설교를 위한 말씀 묵상? 아니면 건강을 위해 골프장이나 사우나에서 땀 빼기?
작은 교회 목사들은 불경기 여파로 월급도 못 챙기는 판에 사무실에 줄줄이 유급직원 앉혀놓고 자신은 꼭꼭 숨어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하! 강단에서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였으니 세상에 살고 있는 너절한 인생들은 만나지 않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고생, 고생 끝에 겨우 통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은근히 암시해 줌으로 우리 교회 목사는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신비주의를 조장하겠다는 것인가? 이때부터 헤 깔리기 시작한다. 더구나 대형 교회 목사들과 통화하기 위해 거치는 사무실 사람들의 고자세가 여간 만만치가 않다. 자기 담임 목사만 위대하고 통화를 요청하는 바깥사람들은 모두 ‘아랫것들’로 보이는 모양이다. 말본새가 담임목사 상투위에서 노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결국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사람은 그 교회 담임목사다. 이 추운 땅에 여관방은 고사하고 말구유를 선택하셔서 아기 예수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이 그렇게 스스로를 가둬둠으로 높은 권위를 생산해 보려고 애쓰는 이 시대의 목사들을 감히 만나실수나 있을까?
전화 받는 말본새를 보면 그 교회 담임목사의 목회를 읽을 수 있다. 아니 그 교회의 미래가 보인다. 대개 목사가 쫓겨나기 직전이라거나 목회 젖혀 두고 다른 일에 한 눈 팔고 있다고 소문 난 교회 사무실에 전화를 해보면 금방 표가 난다. 이 강림절에 교회로 걸려오는 모든 외부 전화는 예수님의 전화라고 생각하자. 보통 장사하는 사무실에 전화할 때도 그런 기분이 아니거늘 하물며 주님의 몸 된 교회, 몸 된 교회 외치면서 전화 받는 말본새가 여간 싸가지가 없더라고 소문난다면 백날 총동원 전도주일을 지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전화 한방에 왔던 사람들 줄줄이 몰려 나갈 것을... 예수 믿는 사람다운 전화 말본새를 훈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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