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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환 목사(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미국에서 좀 뜨는 목사가 있다하면 꼭 발 빠르게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과정에서 돈도 챙기고 명예도 챙기는 그러니까 ‘임도 보고 뽕도 따고’ 비즈니스, 일부에선 그런 일도 사역이란 말로 포장을 하긴 하지만 어느 때는 ‘글쎄’ 라며 의문부호를 떠올릴 때도 있다.
지난달 레노바레 운동의 설립자 리차드 포스터 박사가 한국을 방문하여 여러 교회 등에서 세미나를 인도했다. 반응이 대단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기독 언론들은 서슴없이 그를 ‘영성의 대가’라고 소개했다. 영성의 대가란 무엇을 두고 말함인가? 하늘나라를 동영상으로 찍어다가 보여주는 사람이던가? 아니면 예수님과 무선전화 통화 내역을 영어와 한국어, 바이링궐로 공개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사람일까? 대가란 전문분야에서 드높은 권위를 인정받는 사람으로 끊임없는 연마와 훈련을 통해 보통 사람들이 접근 할 수 없는 경지의 예술 세계나 기술 분야에 공헌하고 있는 이들에게 붙여지는 수식어가 아닌가?
물질보다는 주로 눈에 안 보이는 영혼의 세계를 취급하는 교회에서 쉽게 통용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영성을 영어로는 Spirituality, 한국어로는 신령스러운 품성이라고 정의한다. 리차드 포스터를 영성의 대가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가 영성의 깊이가 있고 이를 잘 훈련하며 영성을 잘 설명하는 능력 때문이라면 영성 훈련가, 혹은 영성 신학자란 말이 타당할 것이다. 감히 포스터 박사를 깎아 내리려는 의도가 아니고 앞뒤 안 가리고 그냥 붙여주는 대가란 말이 본인 스스로에게도 (한국어를 이해했더라면) 거북하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를 꼭 영성의 대가라고 불러야 된다면 한인 이민교회 목회자들은 아마도 영성의 할아버지는 될 것이다. 어느 미국 목사가 한국 목사들처럼 일주일 내내 새벽예배에 수요, 금요, 주일 예배, 그리고 때때로 창립예배, 개업예배, 돌 예배, 이사예배, 심방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
한인 목사들의 예배드리는 횟수만을 따진다면야 거의 중세 수도원 수준이 아닌가? 영성의 할아버지가 되고도 남는다. 그렇다고 모든 한인 목사들을 영성의 대가라고 마구 불러대면 대가에 밟혀서 교통체증이 생길 일이다. 쉽게 대가라고 치켜세우는 일을 삼가 하자. 언론들의 미숙한 어휘구사력에도 문제가 있다. 성경을 10번 통독했다면 ‘성경의 대가,’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죽을 때가지 교회를 다녔으니 ‘교회의 대가,’ 한 눈 팔지 않고 평생 목회만 했다고 해서 ‘목회의 대가’라고 말해야 되는가? 바이얼린의 대가, 후기 인상파의 대가, 그런 말은 수긍이 가지만 어느 분야에 전문성을 지녔다고 해서 목사의 이름 앞에 쉽게 대가로 소개되는 모양은 겸손을 가장 아름다운 미덕 중 하나로 중히 여기는 신앙 공동체에선 어쩌면 거부감을 주는 행위로 여겨질 것만 같다. 교회 분파의 대가, 교회 정치의 대가, 목사 내 쫓기의 대가, 그런 대가라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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