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회 읽기)중도(中道)의 미래
2026/07/10 08:41 입력  |  조회수 : 1,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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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

 

 충주에 살았던 적이 있다. 국토 중심, 인구 20만명의 작은 지방 도시의 삶은 서울에서 태어나 학교 다니고 군복무하고 직장생활까지 한 나에게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이익을 대놓고 드러내고,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표정으로 감정이 나타나는 서울사람에게 국토 중심 사람들은 남달랐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급할 것 없는 사람들. 표현을 안 하는 사람들. 도대체 속을 모를 것 같은 사람들. 하지만 이들은 속으로는 다 알고 있다. 가만히 있고 말하지 않고 빙빙 돌다 보면 결국 자기 뜻대로 된다는 것을. 지정학적 요인이 그렇게 만들었다. 영남과 호남, 국가발전의 양축에서 자주 소외되었다. 따라서 정치적 욕망의 바다에서 어느 편도 쉽게 들지 않으며 섬처럼 중심 잡고 있다. ‘중립’과 ‘능청스러움’은 삶의 여유와 풍자로 드러나며 충청도 사람들의 지혜이자 매력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던 시간은 결국은 우리편이다. “우리는 중립이어유.”

 브라질 정치에서도 중립이 있다. 중앙의 큰 세력을 의미하는 쎙뜨렁(Centrão)이라 불린다. 이 용어는 1987년에 등장했는데 1988년 군부독재 후 재정된 민주주의 헌법에서 정치사회적 진보에 맞서는 보수적이고 생리적인 국회의원 그룹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현재 이들은 좌파와 우파의 이념보다 이익에 따라 움직이며 수가 매우 많다. 중앙정치에서 브라질민주운동(MDB), 사회민주당(PSD), 진보당(PP), 우니앙 브라질(UNIÃO)은 느슨한 다당제 연합체를 구성하며 지방정치에서도 큰 세력이다. 시의원(Vereador) 50%이상이 중도파다. 이들의 관심사는 좌파나 우파 정부가 가지고 있는 예산과 자리다. 이익을 중재하며 서로의 필요에 따라 권력을 나눠 가진다. 극도의 혼란스러운 시기에도 의사결정의 중심에 선다. 전국 지자체와 의회에서 강력한 뿌리를 내리고 있어 전국 단위 선거와 법안 통과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2018년 당선된 우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중도파들을 정부의 전면에 내세웠다. 장관 8명을 임명하고 중도우파연합을 주도했던 자유당(PL)에 입당했다. 2021년 정권 후반기에는 자유당(PL), 진보당(PP), 공화당(Republicanos)과 우파연합을 구성해 코로나19 부실대처와 아마존 파괴 방조와 같이 살아있는 권력을 향했던 100건이 넘는 탄핵 요구서를 중지시켰다. 이 과정에서 중도파의 위세는 대단했다. 이들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덮는데 전문가다. 보우소나루는 임기 내내 중도파에 완전히 의존적이고 복종적이었다. 결과는 재선 실패와 감옥행이었다. 

 브라질 중도파는 카르도주, 룰라, 지우마, 떼메르, 보우소나루 옆에 있었고 현재는 룰라 뒤에 있다. 중앙정치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늙은 호랑이는 기회가 왔을 때 이빨을 드러낸다. 브라질 특유의 정치적 환경과 타협 속에서 탄생한 사생아다. 혹자는 이들이 복잡다단한 브라질 정치지형에서 실용주의의 모범을 보여준다고 한다. 현대정치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의사결정과 협력과정을 중요시하는 제3세계 거버넌스 모델을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브라질 민주주의 성숙의 장애물이다. 느슨한 연합체이 때문에 시민참여와 정치의 개방성과 책임성을 기대할 수 없다. 미래보다 현재를 산다. 사실 이들에게 이념이 없지 않다. 자기의 자리를 지키는 일에는 상당히 보수적인 정치그룹이다. 충분이 보수를 받는다면 좌파를 지지하지만 구조적인 변화를 감지 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버릴 준비가 되어있다. 2026년 대통령선거에서 중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우파인 보우소나루 세력을 지지할까 아니면 다시 룰라의 편에 설까. 아니면 실용적인 제3의 후보를 선택할까. 시급한 세제개혁, 재정 건전화, 연금개혁, 교육과 인프라 투자 확대는 여전히 중심 잡고 있는 이들의 곶감 항아리 아래 눌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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