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
부자 아버지가 여러 부인을 두고 아들을 낳은 후 젊은 여자를 다시 들였을 때 생기는 문제는 상상을 초월한다. 러시아 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영욕(榮辱)의 화신 아버지 표도르, 냉철한 큰 아들 이반, 감정적인 둘째 드미트리, 성스러운 막내 알렉세이는 정부와 연정의 여인들과 인간사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갈등 관계의 그물을 펼쳐낸다. 지금 브라질의 오른쪽 정치지형이 그렇게 보인다. 복잡하다. 우파의 상징인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는 비록 영어의 몸이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입지는 높아져 간다. 첫째 부인의 아들인 장자 플라비우(Flávio)는 45세 변호사, 기업가이자 리오 데 자네이루의 상원의원이다. 둘째부인의 아들 까를로스(Carlos)는 44세 리오의 시의원이자 디지털 전략가다. 셋째 에두아르두 (Eduardo)는 41세 상파울루의 연방하원의원이자 국제통이고 넷째 자이르 헤난(Jair Renan)는 28세의 나이에 정치에 발을 들였다. 마지막 주인공은 44세의 현 부인이자 전 퍼스트 레이디 미셀리(Michelle)다. 자유당(PL)의 유력 정치인이자 엄청난 투표력을 가진 복음주의자들이 뒤에 있다. 이들이 서로 물고 물리며 저마다 우파의 적자이자 후계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좌파는 웃고 중도는 틈을 노리며 우파의 미래는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세계 우파 트렌드는 트럼프(Trump)라는 인물 전과 후로 나뉜다. 전통적으로 자유시장과 국가안보를 중요시 했던 오른쪽 진영은 세계경찰 완장을 스스로 떼고 국내 일자리와 미국 최우선을 고집하는 백인 비즈니스맨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되었다. 오랜 동맹도 자유라는 가치와 시장도 입맛대로 바꿀 수 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이민을 통제하며 돈이 되는 일이라면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될 수도 있다. 노동자의 편이 되기도 하고 재벌의 주머니를 털기도 한다. 이익을 위해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도덕과 윤리가 흐려진 것이 현대 우파의 민 낯이다. 우파의 깃발아래 혐오와 차별이 암묵적으로 인정되고 기득권층은 더 힘을 가지게 되고 불평등의 간격은 점점 커져간다.
브라질 우파는 엘리트 기득권층이다. 농업과 경제계, 가톨릭 종교 엘리트들은 지난 20년간 좌파가 목줄을 쥐려고 하는 특권을 내놓을 생각이 조금도 없다. 우파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 현재 브라질 하원 중 자유당(PL) 중심인 보수와 중도우파가 46.4%를 차지한다. 사회민주당(PSD)을 비롯한 중도는 24.7% 노동자당(PT)이 중심인 좌파는 16.5%밖에 되지 않는다. 룰라는 적은 수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도를 적극 활용했다. 누구도 진공상태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좌파는 지방정치 세력에게 권한을 대폭 부여하고 재정을 확대하며 권력을 유지했다. 2026년 브라질 곳간이 비어가고 빚이 늘어가고 물가가 치솟고 있다. 대중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에서도 1억5천 5백만 유권자 중 절반은 재출마를 선언한 룰라를 지지한다. 극심한 양극화의 무게추가 좌측으로 조금 기운 형국이다. 우파는 이 판을 뒤집어야 하는데 보우소나루의 아들들과 전 영부인이 싸우는 사이 중도를 잡을 구심점이 사라지고 있다. 그 사이 온건하고 실용적 이미지의53세의 젊은 상파울루 주지사 타르시지우(Tarcísio)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큰 아들 플라비우와 전영부인 미셸리의 지지세도 탄탄하다. 우파의 전통가치인 시장과 규제완화 그리고 공권력강화 카드가 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단일후보를 만들어야 하고 전통적 열세지역인 북동부지역의 표를 가져와야 한다. 오늘날 브라질은 카리스마 지도자를 원한다. 삶이 퍽퍽하고 미래가 안보일 때는 이념보다 내 삶의 어떤 부분이라도 실제적 변화를 줄 수 있는 리더를 요구한다. 룰라와 보우소나루가 그런 유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