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회 읽기)하이브리드 정체성
2026/03/07 02:41 입력  |  조회수 :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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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학 박사)

 

 아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사람이다. 그리고 한국인 부모를 만나서 한국 사람이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오래 살아서 브라질 사람이라고 불려도 어색하지 않다. 법적으로는 미국과 한국 사람. 정서적으로 브라질 사람이다. 100으로 치면 한국을 30 브라질을 70이라고 느낀다. 최근 미국에 다녀온 첫째는 미국도 편하다고 말한다. 친구들이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물으면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 사람이 브라질에 산다고 대답한다. 6살에 이민 온 엄마는 브라질이60 한국이 40 브라질이 조금 더 편하다. 30대 중반에 브라질에 온 아빠는 어떨까. 15년이 넘었지만 20대 80으로 여전히 한국이 그립다. 

 정체성(正體性). 바를 정, 몸 체, 성품 성. 바르고 일관된 몸에 지닌 성품이나 기질을 말한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며 환경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특성은 시간이나 상황의 조건을 통해 지속적으로 형성 재형성 된다. 정체성을 통해 개인은 가치관, 경험, 성격, 사회성을 종합한다. 이민자들에게 정체성은 중요하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살기 위해서 심리적 정서적 안정감과 소속감, 자존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은 뿌리가 없는 삶에 중심을 잡아준다. 

 개인 정체성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민 1세는 물론이고 1.5세와 2세도 두 세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양쪽 문화 사이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타인을 인식하고 환경을 고려하여 경계에 서 있는 ‘독특한 나’를 형성한다. 다른 세계에서 자신을 규정하기 위해 인지적, 심리적, 감정적, 언어적 갈등을 이겨내며 초국가적 사회성, 판단력, 회복력을 가진다. 이민자들은 강하다. 

 개인의 정체성은 사회 정체성으로 이어진다. 이민자는 거주지에서 스스로를 어떤 사회적 집단의 구성원으로 규정하고, 그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 한다. 가족, 언어, 직업, 종교에 자기 자신을 밀어 넣어 사회정체성을 형성한다. 한인사회, 브라질의 한인은 사회 정체성의 산물이다. 공동체를 통해 이민자들은 구성원 간의 결속력을 강화하며 다른 집단과 자신을 구분한다. 이민자는 국가정체성도 가진다. 자신의 속한 공동체와 연결된 모국이나 거주국에 대한 소속감, 충성심, 그리고 자부심이다. 

 브라질 한인들은 한국인이라는 개인정체성, 한인이라는 사회정체성, 한국과 연결된 국가정체성을 가진다. 그리고 브라질이라는 토양과 섞여 하이브리드 정체성(Hybrid Identity)을 형성한다. 한인들은 다른 문화, 언어, 세계관의 경계에 있기 때문에 한국과 브라질을 넘나들며 자기를 발견하고 드러낸다. 뿌리가 없지만 뿌리를 내리려는 유동적이고 적극적인 문화생산자다. 분단국가이자 단일민족사회에서 근면하고 똑똑한 기질로 빠른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인은 지구 반대편 가장 다양하고 혼종적이고 여유로운 대국 브라질에서 개인, 사회 그리고 국가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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