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마지막 전투」: 시프트와 퍼즐(7)

 배교에 들어선 교회는 종국에 그리스도와 적그리스도를 동일시하는 지경에 이른다. 나니아 세계에서 적그리스도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제 2권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는 하얀 마녀이고, 제 6권 「은의자」에서는 녹색의 여인이며, 제 7권 「마지막 전투」에서는 ‘타슈’이다. 이 셋은 마치 요한계시록의 ‘바다 짐승’과 ‘땅의 짐승’, 그리고 용을 연상시킨다. 

 탸슈는 머리가 독수리 모양이고 팔이 네 개이며, 인간의 피를 희생 제물로 요구하는 칼로르멘의 신이다. 물론 이것은 아슬란과 같은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고, 자신이 창조한 사랑하는 백성을 죄로부터 구하기 위하여 자기를 희생하여 피를 흘리고 부활한 신은 더더욱 아니다. 타슈는 그저, ‘합법적 포로 집행인’이다. 마치 「사자와 마녀와 옷장」의 하얀 마녀와 마찬가지로. 그 포로 집행 권한 또한 자기 것이 아니라 바다 황제로부터 위임 받은 것이다. 그런데 그냥 포로 집행인이 아니라 ‘괴물’이다. 즉, 그것 또한 피조물이지만, 창조된 본래 모습과 위치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인 존재라는 뜻이다. 아슬란은 그를 향해 이렇게 꾸짖는다. “괴물아, 떠나라. 네 합법적 포로를 데리고 원래 있던 곳으로 가라. 아슬란과 아슬란의 위대한 아버지 바다 황제의 이름으로 명한다.” 

 그런데 그러한 타슈에 대하여, 원숭이 시프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타슈 신은 아슬란 님의 또다른 이름이야. 우리만 옳고 칼로르멘 사람들은 나쁘다는 옛 생각은 어리석은 것이야. 이제 너희들은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칼로르멘 사람들이 다른 말로 표현한다 해도 결국은 똑 같은 뜻이야. 타슈 신은 너희가 알고 있는 그 분의 또다른 이름이야. 그러니까 두 분 사이에는 어떤 불화도 있을 수 없어. 바보 같은 피조물들아, 똑똑히 새겨들어라. 타슈 신은 아슬란 님이야. 아슬란 님은 타슈 신이고.” 

 이렇게 아슬란과 타슈가 동일한 신이 된다. 이름도 생긴다. ‘타슐란’, 즉 ‘타슈 더하기 아슬란’이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와 동일시되는 사탄의 충복들, 즉 바다 짐승이나 땅의 짐승이 바로 적그리스도이다. 요한계시록 13장에서, 적그리스도인 땅의 짐승이 어린양처럼 두 개의 뿔이 있는 것처럼, 타슈도 머리가 독수리 모양이다. 아슬란이 나니아 백성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처럼, 그도 칼로르멘 사람 리슈다의 부름에 응답하여 나니아에 나타난다. “리슈다, 네 놈이 나를 나니아로 불렀지. 내가 여기 왔다. 무슨 할 말이 있느냐?” 

 그런데 타슈는 하얀 마녀나 녹색의 여인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타슈에 대하여 각 사람이 믿고 상상하는 모습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타슈는 한 가지 고정된 상(imagem)이 없다. 물론 대체적으로 합의된 공통의 모습이 있기는 하지만, 타슈를 신으로 믿는 사람이 천 명이면 천 개의 상, 만 명이면 만 개의 상이 있다는 말이다. “이 표는 곧 짐승의 이름이나 그 이름의 수라. 지혜가 여기 있으니 총명한 자는 그 짐승의 수를 세어 보라 그것은 사람의 수니 그의 수는 육백 육십 육이니라(계 13:17-18).” 각 사람마다 자기 표상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영화 『곡성』의 방식이기도 하다. 거기서 ‘이방인’은 처음에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는데, 한국 사람이 꺼려하는 일본인의 모습이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의 모습이 각 등장인물이 그에 대하여 가지는 상으로 보이게 된다. 그 상이 귀신이면 귀신, 사탄이면 사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