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 권사님, 두식구의 소박한 아침식사는 풍성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보카도 반쪽, 삶은 달걀 하나, 사과 반쪽, 치즈 한 조각, 가끔 빵 한 조각, 따뜻한 건강 약차 그리고 더치커피와 우유가 더해지면 아침이 끝납니다.

 우리 집 아침식사

 식탁에 나란히 앉아 맞이하는 소박한 아침 식사를 두고도, 먹는 방법이나 생각이 다른 것이 드러나서 웃습니다. 딱딱한 아보카도를 실온에 며칠 놔두면 말랑하게 익어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러워지고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순박한 고소함이 있습니다. 달걀은 그냥 삶아 먹기도 하고, 달걀 스크램블에 토마토와 브로콜리를 넣어 먹기도 하고, 두부와 함께 두부 스크램블을 먹기도 합니다. 찐 단호박을 그냥 먹기도 하지만, 단호박 스프에 견과를 부셔넣어도 참 신박합니다. 단호박에 귀리 가루 넣어 만든 빵까지 고스톱 용어로 “일타삼피(一打三皮)” 정도는 되는 듯합니다. 그리고 호불호가 갈리는 약차는 우리 집만의 노하우가 있는 차입니다. 한국에서 차를 끓일 용도로 여러 가지 약초를 사옵니다. 당귀, 칡뿌리, 오가피, 대추, 둥굴레, 우엉까지. 거기다가 백삼(白蔘) 한 뿌리까지 넣어 옥수수차나 보리차를 베이스로 해서 끓여 겨울 아침 속을 따뜻하게 합니다. 견과류가 섞인 빵 한 조각이 내 앞 접시에 배당이 되고 나머지는 먹을 만큼 덜어서 앞 접시에 옮겨 담고 식사를 이어갑니다. 제 앞 접시에 옮겨진 아보카도에는 꿀 한 숟가락이 발라지고 아내의 아보카도에는 레몬즙이 뿌려집니다. 어떤 집사님이 오시면 아보카도에 소금까지 뿌려 잡숫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가하면 어떤 선교사분은 아보카도 그 자체가 고소하다면서 아무것도 넣지 않고 드시는 것을 고수하십니다. 주일 아침 예배 시간 전이나 예배 후 점심식사 후 풍경도 그렇습니다. 커피와 빵주께이조(Pao de queijo)를 잡수시고 예배당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서도 가루커피와 설탕을 넣은 브라질식 커피와 커피를 찬물로 녹여낸 더치커피가 나란히 있습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성숙한 신앙인

 각자마다 선택하고 설탕과 커피의 양을 자기 기호에 맞게 넣어 맛있게 잡수시고 예배의 자리에 나아갑니다. 유권사님, 이런 일상가운데 너는 왜 설탕을 세 스푼이나 넣나! 라든지 왜 더치커피를 마시지 몸에도 안 좋다는 인스턴트커피냐 등등의 시비를 걸지 않습니다. 이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보카도에 자연산 꿀을 넣던, 레몬을 짜넣던, 심지어는 소금 후추를 넣어 먹던 그것을 가지고 잘잘못을 따져 시비를 하거나 분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아! 나와는 식습관이 다르구나. 기호가 다르구나 하는 정도로 다름을 인정하고 하하, 호호 하면서 아침 도마카페(Doma cafe)를 즐길 뿐입니다. 어디 식습관뿐이겠습니까? 식탁에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교육이 평생 모든 분야에서도 적용되고 그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는 다른 것이란 사실을 인정하면 평화가 찾아옵니다. ‘다르다’는 것과 ‘틀리다’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