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어쩌면 제 나이에 열셋 어린 남자아이 하나를 키워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 아버지가 다 한국인 2, 3세이고 일찍 만나 사랑을 나누다가 J를 낳고 헤어지게 되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우리 모두의 자녀로 함께 키우는 관심

 친엄마와 아버지가 헤어지면 가족들 중에서 누군가 키우다가 또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겨지길 여러 번 하면서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또 분리불안으로 인해서 기본적으로 불신을 안고 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문제아로 확인이 되고, 마약이 일상인 곳에서 가족력까지 더해져서 그것조차도 상담의 제목이 되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약과 알콜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관련된 친척들을 포함해서 상파우르에 100명도 더 되는 집안친척들이 산다고 하는데 다 이 아이를 포기했다고 듣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길 기대합니다. 급기야는 친할아버지조차 정부기관이 가장 확실한 보호자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그래서 이 아이의 양육권을 포기하는데 동의하고 사인을 했다고 듣고 있습니다. 

 1983년 이후 목사로 40년을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 겪는 일이라서 충격이 컸습니다. 자다가 이 아이와 관련된 꿈을 꾸기도 하고...., 도무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서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지난 4월에는 한국에서 그의 고모를 만났습니다. 고모가 보호자가 되고 브라질보다는 향상된 한국의 그룹 홈이나 복지시설에서 살도록 한다는데 동의를 해줘서 희망을 안고 브라질로 돌아왔는데 상황이 바뀌어서 “아버지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변경된 의견을 표시해왔습니다. 가장 가까운 고모도 이 아이를 포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아이는 브라질 정부임시보호시설에 있고 누군가 18세까지 키워줄 보호자를 기다리고 있는 단계입니다. 현지인 두 사람이 양육권자가 되겠다고 나섰는데 신상을 살펴보고는 아이의 나이가 너무 많아서 포기했다는 법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재판을 통해서 시설에 가기로 결정이 되면 성인이 될 때까지 그곳에서 생활해야 한다고 합니다. 

 유권사님, 제 아내와 이 문제로 많이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5년만 키워보면 어떻겠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교회 사택 단칸방에 사는 우리 부부가 이 아이를 데려오려면 당장 물리적인 환경개선도 급선무입니다. 구체적으로 내 서재를 비워서 거기에 욕실과 화장실 공사를 하고, 침대를 새로 들이고 아담하게 방을 꾸며 주고, 학교에 등하교를 시키고 등등..., 심리상담을 받게 하고 정신과 치료도 꾸준히 받게 하는 등 정상적인 성장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데도 동의를 했습니다. 

 가정법원 담담자와 상담하며 내린 결론

 S여대와 E여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30년을 복지시설에서 근무했던 전공자답게 “문제아는 없고 문제 어른만 있을 뿐이다.”라는 복지계의 교훈을 곱씹고 있습니다. 지금 이 아이가 브라질의 시설에 들어가면 부정적인 경우가 훨씬 더 많아진다며 담당자도 주위사람들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브라질가정법원에서 담당자와 상담을 했습니다. J군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는 J군을 여러 번 상담해서 기록을 다 갖고 있었습니다. 그 상담사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고 한국의 가족들과 의논했는지도 물었습니다. 사십이 넘은 큰딸 부부와 서른 후반의 아들에게 의논하지 않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해외 목회지에서 생기는 ‘큰일’에 동의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난 번 학생수련회에서 함께 경험했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목사가 보호자가 되는데 동의할지 그것도 미지수입니다. 왜냐하면 순진한 우리 자녀들에게 언행심사 모든 영역에서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약이 만연된 브라질 사회에서, 마약 가족력과 무관하지 않은 가문에서 비켜가서, 인류를 구제할 인물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내 생각은 “허황된 것이고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시설에 보내서 격리하고 떨어져 살게 해야 한다”는 게 그를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 의견이라며 확실하게 선을 긋는 할아버지의 신념에 찬 모습에서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으면 그렇게까지 생각하실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군이 우리 모두가 관심 갖는 또 하나의 우리들의 자녀로 함께 성장시킬 방법을 생각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