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샤스타: 전제와 연단

 샤스타는 머나먼 북쪽 나라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었다. 말하는 말 브리 또한 북쪽 나라 나니아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그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자기 고향에 대한 애착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그리움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 기인했다. 실제로 나니아가 어떤 곳인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은 샤스타와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그리움의 실체를 알지 못하던 샤스타는 브리의 설명을 듣고 ‘이거다!’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브리가 자기와 함께 칼로르멘을 탈출하자고 제안했을 때,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해서 브리와 샤스타는 함께 칼로르멘을 탈출하게 된다. 

 이들의 마음이 나니아로 향하는 것은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그리움을 넘어서는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마음의 방향성을 신학에서 ‘전제’라고 한다. 이 ‘전제’란 선-이론적이다. 즉, 어떤 이론 또는 합리성 이전의 것이라는 말이다. 동시에, 모든 합리적 이론의 근원이다. 마음의 방향성이 모든 이론의 전개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이 하나님께로 향해 있다는 것이며,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이며,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것은 자신의 백성이며,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 즉 역사는 자신의 백성을 통하여 자신의 나라를 펼치시고 발전시키시는 것이다. 신약시대, 다시 말해서 현재, 그것은 교회이며 하나님의 나라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모든 구원받은 사람의 전제이다. 즉,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백성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교회와 나라를 사랑하여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의 뜻대로 세워 나가는 것이 모든 기독교인의 마음의 방향성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이른바 ‘기독교 세계관’이다. 성경적 전제로 온 세상과 삶의 모든 영역을 바라보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가려면 이 전제에 따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마음의 기울기만으로는 신앙을 전제로 하는 사람답게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경이 요구하는 ‘배움’은 단순히 이론적인 것이 아니다. 전제가 가져다주는 이성적 인식에 따라 감정과 의지를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성과 감정과 의지 모두를 성경적 전제에 맞출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나님에 관한 지식에 맞춰서 느끼고 원하는 것을 배울 것인가? 그것은 ‘경험’을 통해서 배운다. 그리고 말씀이 요구하는 경험이란 바로 ‘연단’이다. 

 요셉은 형들에 의해 애굽으로 팔려가 오랫동안 노예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여주인의 모함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도 했다. “요셉이 종으로 팔렸도다. 그의 발은 차꼬를 차고 그의 몸(또는 영혼)은 쇠사슬에 매였으니, 곧 여호와의 말씀이 응할 때 까지라 그의 말씀이 그를 연단하였도다(시 105:17-19).” 하나님은 늘 요셉과 함께 하셨다. 요셉도 항상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였다. 그런데 그렇게 가까이 한 말씀으로부터 얻은 것이 연단이었다는 말이다. 연단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연단이 없으면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연단을 통하여 전제가 세계관으로 자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