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미련한 일은 나를 필요로 하는 이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요즘 흔한 음식, 식료품을 주문하는 단톡 방에서 그럴싸해 보여 주문한 것들이 생각보다 썩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가 선택한 일이기 때문에 후회를 하지 않으려고 쿨 한 척하는데 단골이라도 된 것처럼 또 필요하시지 않냐며 주문이 오곤 한다.  

 뭐 이런 일이야 살아가면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이런 저런 교포들의 행사에 동참해 달라는 부탁이 종종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참여하여 도움이 된다면 생각하고 따지고 할 여지없이 선뜻 응하는 오지랖이 서너 폭이니 이것도 미련한 일인지는...... 나이도 몸도 생각하며 일을 해야 한다는 가족과 지인들의 만류에도 “내가 할 수 있고 할 만하니까 하는데 어떠냐며” 고집스레 밀고 나간다. 심지어, 일하는 건 좋은데 쩐(돈)이 되는 일을 해야지....... 농담처럼 들리는 지청구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듣기만 할 뿐 나의 쉼 없는 손놀림은 오늘도 진행형이다.  

 오늘은 복숭아꽃을 만들며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 생각났지만 단순히 고향의 정경에 묻어버린 복숭아 꽃의 실체를 나희덕씨의 <그 복숭아 나무 곁으로>라는 시 속에서 홀연히 발견한다.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 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 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삶에 지쳐, 외로움과 고독에 지쳐 쓸쓸하게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위에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환경 탓으로 돌리기에는 변명 같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태도에 안타까움도 있지만 조언과 부탁의 소리를 가만히 속으로만 외칠 뿐입니다. 노력만으로 안되는 일이 있기는 있는 건지......

 사물을 바라볼 때 무심히 보게 되면 사실 그 자체에서 뭔가를 발견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할 것도 없겠지만 시인의 눈으로 볼 때는 다를 수도 있음을 알게 됩니다. 복숭아 꽃의 흰색과 분홍 꽃 사이에는 사실, 수천의 빛깔이 있을 수도 있음을...... 인생들의 각양각색의 삶의 모습이 아마도 이 색깔의 거리만큼 있지 않을까요? 시간이 지나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일을 해왔다면 분명 외로울 일도 섭섭할 일도 없을 겁니다. 아니 그 보다 식어가는 나의 황혼의 삶에 활력을 주고 일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게 동기를 부여해 줬다고 생각하면서 오히려 고맙게 생각할 일입니다. 

 끝자락에는 보람과 기쁨이라는 또 하나의 추억도 쌓게 되겠지요.

 종이로 만든 복숭아 꽃의 꽃잎을 하나하나 손으로 접어 붙이며 살아왔던 날들의 애환과 기쁨도 함께 꽃잎 속에 담아 봅니다. 보는 이들이 이 겹겹의 마음까지 읽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