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브라질의 겨울은 날로 먹습니다. 춥지 않아서 가을 날씨 같습니다. 그것도 아침에만 서늘하고 그리고 한낮은 여전하구요 저녁에는 바람이 좀 불어 후텁지근하거나 무덥지 않은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밤에는 에어컨 안 켜고 작업하기 좋은 시절입니다. 그래서 늦잠을 자기 일쑤입니다. 늦게 자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천근만근이 됩니다. 이리 뒤척 저리 두척 하다 보면 보다 못한 아내가 방으로 들어와서 한번 흔들어 깨운 후 주방과 연결된 문을 열어두고 나갑니다. 식욕발동작전입니다.
명태, 35가지 이름이 갖는 의미
오늘도 그랬습니다. 오늘은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엄청난 유혹의 냄새입니다. 20분은 더 잘 수 있었는데 자발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하는 전어 구이”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솔솔 방으로 들어오는 황태누룽지탕은 스스로 백기 투항을 하게 하는 냄새입니다. 지난 번 한국방문 때 브라질 돌아갈 장을 보면서 황태채를 몇 봉 준비한 것이 이리도 빛을 발할 줄은 아내도 미처 몰랐을 것입니다. 아내의 황태채의 범용은 넓고도 깊습니다. 그보다도 명태의 범용이 참 넓고 깊습니다. 건조방식, 잡는 시기에 따라서 이름이 35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명태를 갓 잡아 얼리지 않은 것을 생태, 얼린 것은 동태, 얼리고 녹길 반복한 것을 황태, 명태를 통으로 완전히 말린 것을 북어, 명태의 내장을 빼고 반건조 시킨 것을 코다리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침에 황태채를 십여분간 불려 잘게 찢어 꼭 짜서 물기를 제하고 참기름에 들들 볶습니다. 그리고 불려놓은 누룽지와 황태채 불릴 때 사용했던 물까지 부어 뭉글한 불에 한 번 더 끓일 때는 사방 천지를 진동하는 고소함이 늦잠을 시도하던 불순함을 일깨우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코로 들어오는 고소한 향기는 오장육보를 뒤흔들고 그리고 식욕이 동하여 침이 고이고 유혹을 이길 수 없을 때쯤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아내는 방에 들어와서 음식이 불어터지기 전에 일어나시라고 팔을 잡아끌면 자동적으로 벌떡 일어나서 초스피드로 식탁을 향합니다.
황태누룽지 탕이 동역자들을 생각나게 하네
한국산 황태채와 새우젓, 파라과이 산 참기름, 브라질 산 콩나물과 쌀이 연합해서 맛을 끌어올리는 상승효과를 발휘하는 다국적 ‘황태 누룽지 탕’입니다. 가난한 목사의 다국적 식탁에서 오늘 재료로 오른 나라의 선교를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바로 이 나라들이 남미선교지방에 속한 선교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합심해서 기도하는 황태채의 원조 한국, 파라과이 산 참기름의 나라 이병록 감리사와 이명훈 서기, 명태의 고향 칠레의 조병기, 아르헨티나의 김형래 오재성 장영관 한상정 신인철 김형일 배수영까지, 멕시코의 권순홍, 브라질에서 선교하다 한국에서 선교사 준비를 하고 있는 김태훈, 그리고 아마존의 이성전 선배, 뽈딸레자의 민진홍, 교우에게 기도를 부탁드리며 주보에 기도제목으로 강조하는 보이뚜바선교센터, 이따뻬비 현지인교회, 브라질기아대책기구, 깜비나스 Dic 공단, 아만다 교회 이사모님, 브라질선교교회 포어예배 담당 까롤로스 목사 등등입니다. 황태누룽지탕 한 그릇이 참 여러 나라 다양한 사람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이 진미를 함께 나눌 때 음식만 나누지 않는 귀한 관계를 이 아침식탁에서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