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예배당 건축예정지에 연못을 파고 연못과 그 주변에 수생식물 몇 가지를 심었다. 그리고 무성해져서 옛 어른들이 이런 경우 “호랑이가 나오겠다”고 말씀하실 정도다. 연못주변에 심은 식물중 대표적인 것이 물토란이다. 이파리가 여성들 양산만큼이나 크고 그 줄기 또한 기둥 같다. 그 큰 이파리를 받치려면 굵긴 굵어야 할 것이란 말은 상식에 속한다.
육개장 재료, 물토란대가 풍년이다
이 물토란은 몇 년 전 박목사와 커피농장을 방문했을 때 묵었던 000집 앞 습지 연못에 탐스럽게 핀 이파리를 보고 간절히 부탁을 해서 한 뿌리 얻어 우리 집 뒷마당으로 이사를 와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커다란 화분에 심어서 자주 물을 주어 살리고 뿌리가 깊이 내리면서 늘 생각했다. 물토란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연못을 파자고...., 그리고 몇 사람의 자문을 얻어 땅을 파서 연못 모양을 만들고 두꺼운 비닐을 깔고 거기에 모래와 진흙을 넣어 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소위 말하는 인공연못이다. 그곳은 교회 건축예정지기에 건축할 때까지는 연못이 있어도 좋을 자리다. 거기에 가로세로 이평방미터 크기의 조그마한 연못을 파고 파피루스와 부레옥잠 그리고 물배추 등 수생식물을 심고 가꾸던 중이라 물토란은 잘 어울리는 식생 조합이다. 양산만한 이파리가 연못을 멋지게 탈바꿈시켰다. 키가 큰 왕골도 거기서 씨가 생기고 떨어져 주변이 무성해졌다. 부레옥잠과 물배추도 세포분열처럼 잘 퍼져서 솎아주기가 무섭게 연못이 넘쳐났다. 일단 연못 만들기의 반은 성공이다. 물고기를 몇 번 넣었는데 부레옥잠 뿌리에 걸려서인지 잘 안되었다. 거기다가 저수지에서 낚시한 찔레피아를 넣었는데 금붕어가 자꾸 없어지는 것은 그 놈의 소행이라는 이야기도 심증이 가는 말이다. 연못에 찔라피아 외에 다른 물고기가 없다니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적어도 금붕어가 여러 마리 노닐고 비단잉어와 ‘청소부 메기’가 몇 마리 있어서 물고기를 언제나 볼 수 있고 시간 맞춰 먹이를 주러 가면 주인 앞에 모여서 먹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상상을 했다. 그러려면 연못을 하나 더 파야 한다. 그래서 파란색 두꺼운 비닐을 사서 그 크기에 맞춰서 긴 연못을 하나 더 파고 물을 가두고 한국에 다녀와서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물고기 파는 곳을 알아봐서 확인해두고 한국에서 돌아오면서 산소 공급기도 구해왔다. 그리고 연못 바닥에 모래를 깔고 파피루스를 옮겨 심었다. 그러면서 몇 년 전에 심은 물토란 대가 너무 실해서 껍질을 벗겨서 토란국이나 육개장 재료로 충분히 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가운데 종심에 붙어 있는 연한 줄기만 남기고 전부 수확을 했다.
두 채반 가득 껍질 벗긴 토란대 말리기
그리고 껍질을 벗겨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쪼개서 채반에 널었다. 두 채반 가득이다. 음식 잘 하는 교우들의 이야기로는 잘 말려놨다가 육개장 만들 때 소고기를 찢어 넣고 파와 함께 푹 삶고 갖은 양념을 하면 맛난 별미가 된다는 것이다. 주일 공동식사는 음식점을 하는 성도들이 사명으로 알고 돌아가면서 수고를 아끼지 않고 계신데 목사가족이 수확한 육개장 재료는 명절날 성도들과 함께 나누는 거룩한 동참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겁다. 바라기는 토란대 넣은 육개장 한번 잡숴보시고 ‘고향음식 재료 교회 연못 토란대’가 향수를 달래는 명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만간 그 연못에 파피루스와 부레옥잠에 더해서 금붕어와 비단 잉어까지 노닐 수 있도록 함께 동참해주길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