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요즈음은 거의 매일 밤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무섭게 옵니다. 여긴 한국과 반대니까 지금 늦여름에서 가을로 진입하는 시기로 3월 20일이 추분입니다. 한국은 겨울에서 초봄을 향해 진입하는 때일 것입니다. 수시로 비가 오고 천둥,번개가 치다보니 처음에는 늘 덥고 늘 푸른 최면에 걸려서 계절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래 살다보니 이제는 계절의 변화를 읽을 수 있더군요. 교우들이 ‘목사님 브라질 사람이 다 되셨다’고 놀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천둥 번개에 바나나가 익는다

 요즘 우리 뜰에는 바나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열리고 있습니다. 바나나가 열리는 과정이 신비합니다. 주먹덩이 만한 꽃이 꽃자루를 한 단계 내릴 때마다 바나나가 맺히고 그러기를 여러 주 동안 계속하면서 여러 손의 바나나가 길고 단단한 꽃자루에 주렁주렁 열립니다. 1년 반 전에 마성(maca)이라는 사과맛이 조금나는 그런 고급진 바나나 묘목을 아구아성베드로의 이은희 권사가 분양을 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집수리를 위해 함께 방문했던 안토니오에게도 원줄기에서 포기나누기 방식으로 분양을 했습니다. 저는 교회 부지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심었습니다. 처음에는 몸살을 앓는 것 같더니 왕성하게 포기가 나눠지고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자랐습니다.  허벅지 두께의 줄기가 여럿 생겼습니다. 그리고 계속 새 줄기가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대단히 왕성하구나 하고 감탄하는 사이에 굵은 줄기에서 바나나 꽃자루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줄줄이 꽃을 피우고 아기 손가락만한 바나나가 한손씩 두 손씩 계속 층층이 열리는 것입니다. 점점 바나나가 굵어지고 길어져서 우리가 흔히 시장에서 사는 바나나 크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나나 표면이 약간 노란 색을 띠기 시작하여 자루채 자르고 놔두었더니 먹을 수 있게 되어 운좋은 이웃 친구와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열매 맺은 원 줄기도 잘라줍니다. 그래야 옆에 난 작은 줄기가 또 왕성하게 자라게 되는 것입니다. 요즘 우기인지라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는 비가 내릴 때마다 바나나의 길고 큰 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서걱거립니다. 지금 우리 교회 터에는 두 그루에 바나나가 열렸습니다. 한 그루에 대여섯 층은 기본이고 꽃자루 끝까지 잘 열리면 십층은 가볍게 돌파할 것입니다. 한 층 단위로 두세 손이 달려있으니 참 대단한 식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일 년 내내 심심치 않게 관찰하고 맛보고 함께 나누는 일이 계속될 듯합니다. 우리 교회 뜰에 열린 오동통한 바나나 마상은 비교적 비싼 종류입니다만 바나나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손가락 크기의 작은 우리나라에서는 몽키 바나나라고 부르는 금 바나나(Ouro)를 비롯해서 제일 흔하고 일반적인 나니까(Nanica), 당뇨에 좋다는 쁘라따(prata), 사과맛이 나는 마성(maca) 등 여러 종이 시장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일천종이 넘는 구황식물 바나나 

 바나나는 전세계에 1천여 종류가 분포하고 있으며 어떤 토양에서도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여행하다보면 나지막한 야산의 끝 간 데 없는 바나나 농장을 한참 달리면서 이래서 바나나와 뿌리식물 만지오까가 구황식물이란 말을 듣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에 브라질에 이민 온 동포들이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바나나 가격과 소고기 가격에 놀라서 질리도록 먹다가 나중에는 바나나와 고기를 먹는 습관을 배우게 되었다고들 합니다. 바나나 1킬로그램 가격은 종류별로 차이가 있습니다만 Maca의 경우 한국 돈으로 3000원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Ouro는 2500원, Prata는 2000원쯤 하고, Nanica는 1500 정도 하고 있습니다. 요즘 많이 물가가 오른 가격이지만 한국에 비해서 훨씬 저렴하고 농약 없이 재배되고 산지에서 익은 후에 수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맛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