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브라질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여러 가지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이 일용할 양식을 돕는 ‘세스타 바지까’(기초식량 바구니) 운동입니다. 그 꾸러미에는 쌀, 콩, 밀가루, 기름, 설탕, 커피, 분유가 들어 있어 최소한 굶주림에서 일어설 수 있게 ‘선물 꾸러미를 나누는 제도’입니다. 교회가 가난한 이웃을 돕는 방법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회사가 노동자에게 전달하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세스타 바지까(Cesta Basica) 를 실천하는 사람들
오늘 만난 양원모 하은자 선교사 부부나 브라질기아대책기구의 우경호 선교사는 매월 수십 개의 꾸러미를 만들어 빈민지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세상 떠난 박동주 선교사도 교우들 중에서 이 양식이 필요한 이들과 선교지의 선교사들 중에서 이것이 필요한 이들을 미리 파악해서 일 년을 단위로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교회도 기아대책기구에 이 사업을 지지하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세상이 더 어려워지면서 더 많이 이들에게 지원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최근에 브라질에 사는 한국인들에게서 옷과 이불, 장난감, 책, 가전제품 등을 수거해서 세스타바지까 마련을 위한 상설바자를 하는 곳이 생겼습니다. 사업가인 이성경 기아대책기구 홍보이사에게 기증한 물품들은 기아대책기구 실무자들이 손질해서 상설바자회 장소에서 전시판매하고 있습니다. 금방 입소문이 났습니다. 질 좋은 한국 제품들을 바자회 가격으로 사기 위해서 늘 붐비고 있습니다. 거기서 나온 수입으로 세스타바찌까를 마련해서 피라시카바 빈민촌에, 깜비나스 공단지역 산동네에, 이종원 선교사 사역지인 아따베비에, 이따베바 쓰레기 하치장 사역지 등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양원모 하은자 선교사가 사역하는 Itaim Paulista지역의 임마누엘교회에서는 코로나로 인해서 무너지는 가정, 힘들어 일용할 양식이 없는 그런 이들, 특히 파라과이 볼리비아 베네주엘라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이들이 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면서 교인들에게 세스타바지까 운동을 제안했습니다. 기초식량이 필요한 이들에게 홍보하여 상담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교인들의 참여가 늘어나 필요한 만큼만 딱 맞게 모아져서 나눌 수 있는 기쁨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나바다, 공정무역, 해외노동자 인권운동 등등
유권사님, 한국에서는 환경차원에서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운동과 외국인노동자들을 영육간에 지원하는 선교활동 그리고 인권운동이 전국적인 선교활동으로 정착한 지 오랩니다. 우리교회에서 한국에 유학간 토니가 이경민 목사가 목회하는 평택외국인 선교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 훈련 중에 포어를 하는 외국인을 만나서 한참 이야기를 했다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포천이주노동자상담센터의 김달성 평안교회 목사는 영세 공장과 비닐하우스 농장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해서 최소한의 인권과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예수정신 실천이라고 주장합니다. 커피를 생산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제값을 주고 커피 원두를 사자는 공정무역운동을 실천하는 김헌래 목사 등의 정신이 예수 정신입니다. 다양한 지구촌의 사람들이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어렵고 힘든 이들의 친구로 살아야 한다는 정신, 이웃사랑 실천운동이 삶의 기초식량인 세스타바지까를 필요로 하는 현장이 아직도 우리의 지근거리에 있다는 것입니다. 2000년 전 가난한 자, 병든 자, 이방인들과 함께 지내신 예수님의 사랑과 그의 삶이 오늘날 브라질의 세스타바지까- 쌀과 밀가루, 콩 설탕과 기름 그리고 소금과 분유 속에 가득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