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란 무제한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동시에 생명 속에 확실한 또 다른 가능성은 죽음이다. 무릇 산 자는 항상 죽음을 향하고 있음을 안다. 생명과 죽음은 함께 있다고 말 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이 두 가지의 신비 사이에서 한평생 산다.
 아무도 죽음을 가볍게 다룰 수 없다. 삶이 현실이듯이 죽음도 현실적 실체이다.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어린아이도 이미 거의 본능적으로 죽음의 두려움이 있다고 한다. 죽움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여러가지인데 죽음을 무의식 속에 잊어버리려 한다. 어떤 이는 죽음을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입문으로 믿는다. 어떤 이는 죽음을 재미있는 하나의 경음악으로 가볍게 말하는 이들도 있다.
 성서자체는 인간의 삶을 죽음의 골짜기를 향해 가는 존재로 말한다. 시편 23편에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찌라도”로 고백하며, 바울도 인간을 “사망의 몸”(롬7:24)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기독교 신앙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는다. 죽음은 물론 자연적으로 오는 마지막이지만 동시에 한 인간의 생명의 완결내지 완성이기도 하다. 우리 주님은 십자가에서 죽음을 수용하여 “다 이루었다”라고 선언하셨다.
 만일 죽음이 한 육체의 완결이라면 눈물의 장송곡보다는 환희의 찬가로서 불러야 옮다. 사도 바울은 “죽음아 네 이김이 어디 있느냐? 네 가시가 어디있느냐?” 죽음을 대담하게 꾸짖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죽음이 온세상을 뒤덮고 있다. 장례식도 제대로 치루지 못한다. 멀리서 보고 장지에 수 없이 많은 시신을 묻는 일들이 우리가 보는 현장이다. 죽음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바로 나의 삶의 곁에서 매일같이 본다. 죽음은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다. 살기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죽음을 향하여 간다. 그러기에 죽음의 시기를 알든 모르든 죽음을 두려워할 것도 무시할 것도 아니다.
 죽음은 졸업이며 이주이며 상급이다. 초대교회의 박해 속에 살던 그리스도인들은 “momento mori”라고 인사를 나누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그리스도인들의 가장 큰 은혜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다. 주님의 부활은 지금 죽음으로 슬퍼하며 두려워하는 온 세상에 증언되야 할 최대의 희망의 소식이 되어야 한다. “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요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