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사님, 브라질에 온 지 벌써 5년이 다 되다보니 한글도 포어도 입안에서 뱅뱅 돌 때가 있습니다. 머릿속에 하려고 하는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고, 포어가 먼저 튀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몇 년 후에 사역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 우리 말 중 일부를 잊을 수도 있겠다 싶어 불안해졌습니다. 또한 교포들이나 주재원들에게 한글로 설교를 하면서 한글을 잊지 않게 하는 역할, 학교에서 포어를 사용하는 우리 자녀 세대들에게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는 역할을 교회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최소한 한글을 잊지 않고 포어로 생활하는 이중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실력자가 된다고 생각하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선교사들의 자녀들이 훌륭한 일을 많이 하게 되는 이유도 한글과 현지언어를 잘 하기 때문에 성공할 기회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한글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는 교우들에게 한글을 제대로 구사하는 목사로 기억되길 원하고 있습니다. 말이나 글은 안쓰면 잊어버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카톡방이나 대화방에 들어가면 받침이나 맞춤법이 틀리는 글들이 비일비재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안 쓰다 보니 소리 나는 대로 쓰게 되고 뜻은 통하는데 맞춤법은 틀린 글들입니다. 이민 30년이면 두 번이나 맞춤법이 바뀌어서 바뀐 것을 접할 기회가 없는 것도 그 이유가 되겠습니다.
 그래도 교회에 열심히 나오고 성경을 열심히 읽는 분들은 그 변화를 몸으로 무의식중에 알게 되어 맞춤법이 정갈합니다. 미국 대통령을 지낸 아브라함 링컨이 성경에서 모든 것을 배웠다는 말은 그래서 오늘 이민 사회에서도 진리입니다. 한국으로 유학을 가려는 학생들도 성경을 정독하면 한글 문제까지 해결하게 되는 것입니다. 목사가 솔선수범해서 한국에서 실재적으로 사용하는 고운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설교원고도 한국어에 더 신경 써서 다듬기를 합니다.
 유권사님, 그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에게 조차 잊혀져가는 순 우리말을 아내와 함께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함께 학습하기도 합니다. 가람(강), 가시버시(아내와 남편), 고수머리(곱슬머리), 그린비(그리운 남자), 꼬리별(혜성), 꽃잠(첫날밤), 나비잠(간난아이가 자는 모습), 다소니(사랑하는 사람), 도담도담(어린이가 별탈없이 잘 자람), 높새바람(동풍), 하늬바람(서풍), 마파람(남풍), 북새바람(북풍), 소소리 바람(이른 봄 살 속으로 파고드는 바람), 미리내(은하수), 배냇짓(간난아기가 자면서 웃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 볼우물(보조개), 보지락(비가 온 정도가 보습 들어갈 만큼 깊이), 삭정이(산 나무에 붙은 죽은 가지), 살살이꽃(코스모스), 삼박삼박(연해서 칼에 베어지는 소리), 애솔나무(어린 소나무), 앙금(물에 가라앉은 녹말가루), 이든(착한, 어진), 자박자박(얕은 물을 밟는 소리), 토리(실을 둥글게 감은 뭉치), 하나린(하늘에서 어질게 살기를 바람), 호드기(버들피리), 휘들램(이리저리 마구 휘두르는 짓), 희나리(마른장작의 우리말)까지 잘 쓰지 않는 신기한 우리말을 익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설교원고도 아름다운 우리말로 표현해서 한글을 사랑하는 우리가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