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영 목사의 솔직 담백)Batata..
2020/04/03 03:11 입력  |  조회수 :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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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영 목사(워커스미니스트리 대표)
 
요즘 잘 웃지를 않는다. 아니, 전처럼 웃진 않는다. 특별히 웃을 일도 없거니와 웃겨주는 분도 없다. 행복하지 않냐고? 그건 아니다. 그냥 언젠가부터 그렇게 됐다. 아마 나이도 들고 건강도 좀 힘들고 또 책임맡은 부분들이 많아지다보니 조신스러워진 것 같기도 하고, 또 예전의 웃음들이 대부분은 어색해서, 멋적어서, 혹은 친절하려고, 쑈를 한 것인 것을 발견하고는 좀 더 솔직하게 살고 싶어 자중하는 것 같다.
 브라질 노래 가사에도 이런 말이 있다. “Rir de tudo é desespero!” 번역하자면 “웃음이 너무 헤픈 것은 절망스러움이다.” 의역하자면 “내가 지금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라는 뜻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Rir é o melhor remedio!”, 즉 “웃음이 묘약이다”라는 뜻이다. 그러면 어째야할까? 아마도 웃을 일이 있을 땐 호탕하게 웃고, 아닐 땐 솔직한 것이 좋은 것 아니겠나? 하지만 늘 그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매주 만나는 분들 중에는 어떻게 해서든 나를 웃겨보려고 끊임없이 애쓰시는 분들이 계신다. 아마도 내가 그런 분들을 도발하는 얼굴을 가졌나보다. 그런데 첫번째 문제는 이런 분들 대부분은 안 웃기시다는 것이다. 이건 뭐 아재개그도 아니고, 유치해서 소름끼칠 정도인데 본인 혼자 박장대소를 하고 웃으신다. 하지만 문제는 두번째이다. 이런 분 대부분은 연세가 많으셔서 안 웃어드리기엔 상당히 곤란한 어르신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웃어드리려고 애를 쓰지만 너무 힘들다. 차라리 내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아니 그냥 좀 저능아였다면 쉽게 웃어드릴텐데, 안그래도 요즘 연습도 안되어 있는대다 몸도 무겁다보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이럴 때 내 표정은 입꼬리는 위로, 눈꼬리는 아래로 쳐지는 불균형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래도 힘써 피식 정도나마 웃어드린다. 그런데 이 때, 세번째 문제가 등장한다. 겨우 이렇게 힘들게 한 번 웃어드리면 내가 진짜 좋아한 줄 아시고 하나를 더 해주신다. 이러니 집에 돌아오면 내가 웃을리가 없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요즘은 사역도 축소되고, 병원, 교회만 잠시 왔다갔다 하니 더 웃을 일이 없는 것 같다. 전엔 잘보던 영화도 이제는 재미가 없고 몰입도 안된다. 오히려 점점 시사다큐나 뉴스에만 관심이 쏠리니.. 어느 순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우울해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염색이라도 하려 했지만 투석하는 사람은 염색하면 안좋다하니 자연산 염색약으로 하라는데 그것도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 엄두가 안난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딸 아이가 방에서 복도를 지나다 얼굴이 마주치자 날 빤히 쳐다보다 “batata”(감자..)하고는 지나간다. 이 ‘batata’는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 이건 그냥 딸과 내가 얼굴마주칠 때마다 심심해서 장난으로 중얼거리는 일종의 방언이다. 예를 들어 딸이 먼저 “batáta..”하면 내가 “batatá?”, 그러면 또 딸이 “batáta!”하고 주고받는 뭐.. 이런 주접이다.(ㅋㅋ) 그런데 그렇게 주고받다가 갑자기 둘이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리곤 곧 같이 인터넷을 켜고는 아주 오랜만에 ‘대홍단 감자’영상을 보았다.(그것도 batata니까..) 그리곤 정말 둘이 한동안 미친듯이 웃어댔다.
 코로나 사태로 너무 우울한데 그래도 그 중 딸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멍청한 이유지만 시원하게 한바탕 웃게 해주신 주님이 너무 감사할 뿐이다.
 그래요.. 우린 모두 잘 지나갈 겁니다. <검색창에 ‘대홍단 감자’를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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