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작년 프랑스 칸영화제에 이어 올해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별이 되었습니다. 예술적 가치를 중시하는 유럽과 상업적 경향이 짙은 헐리우드에서 쾌거입니다. 특히, 오스카에서 ‘국제영화상’,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최초’의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너는 다 계획에 있구나”, “실전은 기세야”와 같은 영화 속 대사들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봉준호는 명장의 반열에, 배우들, 스탭들, 심지어 통역까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술, 무대장치, 촬영, 컴퓨터 그래픽과 같은 기술, 각본, 연출의 뛰어난 두뇌까지 이제 한국영화의 뛰어난 손과 머리가 생산할 다음 작품들에 전세계가 기대하는 듯합니다.
 이 영화는 한국사회 현실을 드러내지만 결국, 자본과 거대권력이 지배하는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은 분노했고,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성찰하고 배설할 수 없었던 사회의 보편적인 주제인 ‘계급’과 그 안의 모순을 코믹하고 슬프게, 정교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가진 자’, ‘못 가진 자’, ‘더 못 가진 자’
 ‘기생충’은 자본주의를 다루고 있습니다. 법의 관점으로 보면 남의 것을 빼앗는 ‘도둑이야기’입니다. 영화 전체에 ‘배신’이라는 키워드가 흐릅니다. 호화저택에 사는 ‘가진 자’와 반지하에 사는 ‘못 가진 자’의 구도에서 백수가 된 4인 가족이 거짓말과 도둑질로 호화저택에서 떨어지는 수입에 기생하게 됩니다. 저택의 가족은 사회생활 유지와 품위를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합니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더 나아가 ‘더 못 가진 자’, 저택의 오래된 지하공간에 기생하는 부부를 등장시킵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이 ‘못가진 자’들과 ‘더 못 가진 자’들의 비극적인 싸움으로 전개됩니다. 인류역사는 생존하려 하루 일해서 하루 먹고 사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도구가 생기면서 잉여생산물이 생기고 ‘가진 자’와 ‘못 가진자’의 구분이 생겼습니다. ‘가진 자’들은 가진 것을 이용해서 ‘못 가진 자’를 제도와 법으로 다스리기 시작했고 인간존엄의 근원인 노동을 사고 팔게 되었지요. 기계의 발명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가치를 물질의 많고 적음으로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싸움, 노동자와 더 못사는 노동자의 참혹한 싸움은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불편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인의 시선
 많은 이들이 ‘기생충’을 보고 찜찜하다고 합니다. 서구자본주의가 만든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의 장벽 앞에서 침묵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못 가진 자’와 ‘더 못가진 자’의 현실에 분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해결책을 주지 않습니다. 브라질 한인들 삶의 이유가 경제적 목적이었던 과거에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은, 영화의 장면을 빌리자면, 호화저택에 사는지 반지하에 사는지의 여부였습니다. 하지만 기생충을 통해 계급에 대한 고민이 다시 시작된 지금, 브라질 한인들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입니다. 브라질은 엄격한 자본주의 국가도 사회주의 국가도 아닙니다. 브라질 사회 안에 잠재되어 있는 자본의 논리로는 설명하기 힘든, 배려, 포용, 공생(共生)의 철학은 한인들이 찾아 개발해야 할 가치입니다. 경제적 관점으로 한인과 브라질, 또는 한인 사회 내부를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기생’을 기대하며 한걸음 한걸음 돕고 연대(連帶)한다면, 서구자본주의와는 다른 시선으로 우리의 삶을 개척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