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지중해에 있는 프랑스령인 코르시카 섬 외딴 곳에서 이루어진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신분과 나이를 극복하고 사회적 통념과 가족들의 반대를 이기며 피웠던 사랑의 꽃에 결실된 행복 이야기입니다. 50년의 세월이 흘러, 미모도 건강도 다 변했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따스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엮어 감으로 만들어 가는 행복 이야기입니다.
작품 ‘나’는 코르시카 섬을 방문해서 프랑스 로렌 지방의 명문 가문인 시르몽 집안 출신 쉬잔 드 시르몽 아가씨를 만납니다. 쉬잔 아가씨의 아버지는 대령출신으로 연대장을 지냈고 쉬잔 아가씨의 남동생인 앙리 드 시르몽은 장군이 되었습니다. 지역에서 잘 알려진 소위 명문가문입니다.
이런 쉬잔 아가씨가 코르시카 섬에 와서 살고 있는 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50여 년 전 당시 연대장의 딸이었던 쉬잔 드 시르몽 아가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지휘한 연대에 근무하는 기병대 하사관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 하사관은 군복이 잘 어울리는 잘 생기고 멋진 군인이었습니다. 기병대 분열식에서 아가씨가 그를 보고 사랑에 빠졌고 두 사람은 깊은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당시 통념상 도무지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난관을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습니다.
사실, 쉬잔 아가씨와 그 하사관은 야반도주를 했습니다. 당시 로렌 지방의 상류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랑의 도피였습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나도 여전히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마음을 주고받았는지, 그녀는 어떻게 자신의 연정을 그 하사관에게 전했는지, 어떻게 두 사람이 함께 도망갈 결정을 내렸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신비에 쌓인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미리 짐작도 못했고 전혀 눈치 채지도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일과를 마친 어느 날 저녁에 하사관과 연대장의 딸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연대장은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그녀를 찾았습니다. 두 사람은 종적을 완전히 감추었습니다. 끝내 찾지 못하자 쉬잔 아가씨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쉬잔 아가씨를 외딴 섬 코르시카 음산한 골짜기에서 만났습니다. 초로의 여인이 된 쉬잔 아가씨는 그 날들을 회상하며 아픔을 품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자신 곁에 있는 하사관을 소개하면서 눈이 반짝입니다. 너무나 늙어 초라하기까지 한 그 하사관을 향한 그녀의 눈에는 한없는 사랑이 담겨 있었습니다. 늙고 병들고 귀마저 먹어버린 그 하사관을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만난 “나”는 질문합니다. 그래도 행복하셨죠? 질문에 그녀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그래요! 아주 행복했습니다. 저분이 저를 행복하게 해 주었습니다.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너무 낭랑하고 너무 단호한 그녀의 대답에 경이를 느낍니다. 참 사랑으로 인한 참 행복의 기운을 느낍니다. 그녀는 진실로 온 천하를 얻은 듯 행복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지체 높고 부유한 집안의 딸이 하찮은 농사꾼의 아들을 따라 농사꾼으로 살았습니다. 아무런 매력도, 아무런 호사스러움도, 아무런 영광도 없는 삶을 오직 사랑 때문에 살았습니다. 거친 나무판을 적당히 맞춘 식탁에서 투박한 질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었지만 사랑으로 행복했습니다. 거친 천으로 만든 모자와 치마를 입고 멋진 군복을 입을 수 없는 남편과 살았지만 여전히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사랑했던 여인은 행복했습니다.
멋진 장신구도, 고운 피륙도, 우아한 옷도, 푹신한 소파도, 방의 향기도, 온 몸의 피로를 풀어 주는 새털 이불도 그녀는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오직 그 사람의 사랑만 바랐습니다. 그가 비록 늙고, 병들고, 귀가 먹어도 쉬잔 아가씨에게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나이였습니다. 그녀는 변함없는 사랑으로 근사한 행복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렸습니다. 화려한 사교계의 삶도 버렸습니다. 자기를 길러주고 아끼던 친구들과 지인들을 버렸습니다. 심지어 부모와 형제도 버렸습니다. 아버지나 가문이 보장할 수 있는 안락한 생활도 버렸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그 남자와 더불어 거친 계곡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거친 삶을 살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그 남자를 더욱 사랑하며 그 남자와 더불어 충만한 행복을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기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고 거듭 고백했습니다. 자신을 따라 낯선 곳으로 따라와 준 여인을 더 없이 사랑했던 늙은 병사는 이런 아내의 사랑과 행복의 고백을 듣지도 못할 만큼 귀가 먹었습니다. 기나긴 밤에 자기를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 곁에 누워서 거친 숨소리를 내며 잠을 자는 그 늙은 군인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 기이하고 그 소박한 사랑을 통해 이룬 그 경이롭고 완벽한 행복을 이룬 노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삶을 살았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상은 기드 모파상의 단편 “행복”의 줄거리입니다. 모파상은 이 작품을 통해서 참 사랑과 참 행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사랑이나 행복이 계량화되고 조건화되는 이 시대에 모파상이 던지는 사랑과 행복의 메시지는 큰 공명이 있습니다. “행복”을 읽으면서 행복했습니다. 읽는 내내 브라우닝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곱사등이 불구요 노처녀인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여섯 살 연하의 미남 시인의 구애를 받아들이며 엘리자베스 베릿 브라우닝이 썼던 시입니다. 영미 문학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으로 빛나는 브라우닝은 사랑이 담긴 시입니다.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그녀의 미소 때문에.... 그녀의 모습.....그녀의
부드러운 말씨....그리고 내 맘에 꼭 들고 힘들 때
편안함을 주는 그녀의 생각 때문에
‘그녀를 사랑해’라고 말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이여, 이런 것들은 그 자체로나
당신 마음에 들기 위해 변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렇게 얻은 사랑은 그렇게 잃을수도 있는 법
내 뺨에 흐르는 눈물
닦아 주고픈 연민 때문에 사랑하지도 말아 주세요
당신의 위안 오래 받으면 눈물을 잊어버리고,
그러면 당신 사랑도 떠나갈테죠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사랑의 영원함으로 당신 사랑 오래오래 지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