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영 목사(워커스미니스트리 대표)
빠우삐슈나(Paupixuna)! 아마존 TEFÉ지역의 선교사님의 빠른 배로 6시간을 내내 달려야 도착하는 마을이다. 정글을 헤치고 들어가야 나오는 이곳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번번이 살인이 일어나고, 술대신 휘발유를 희석해 마약처럼 마시며, 기형아가 태어나면 엄마가 직접 아기를 죽이는 일들이 일어났던 무서운 곳이다. 선교사가 들어와 예배가 시작되면서 하나님을 만난 이들로 사람이 사람을 귀히 여기는 변화가 시작되었다. 놀라운 것은 아직도 이곳은 그 어떤 교회도 들어오길 힘들어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먼저 비용이다.(이곳은 휘발유가 리터 당 약 5헤아이스, 한번 왕복에 2500-3000헤아이스가 든다.) 두번째론 거리. 그리고 세번째론 안전일 것이다.(다행이 지금은 비철이라 벌레가 덜 있다지만, 파리처럼 생겼는데 어마어마한 침을 가진 Mutuca, 초파리보다 작지만 살에 구멍을 내는 Pium, 그 외에도 다양한 녀석들이 시간대마다 잔치를 벌인다. 독은 기본이요, 병은 미지수이다.) 이러다보니 이곳은 아직도 포어가 서툴고 아이들은 아예 이해를 못한다.
지난 주 콜럼비아와 페루 국경의 TABATINGA 신학교 학생들은 Tikuna언어를 사용하는데, 여기는 Madja와 Kulina라는 두 부족들의 언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이들의 성은 두 부족의 이름을 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름이 Maria라 한다면 Maria Madja Kulina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침례증서의 이름을 확인해보면 기록된 것과 부르는 이름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이유는 스페인식으로 읽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출생증명(출생신고를 해야 매월 정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에 기록된 이름을 쓰다 그냥 나중엔 발음 편한대로 부르다보니 조금 바뀌기도 하고, 또 가끔 어디서 마음에 드는 단어들 들으면 그냥 그것을 자기 이름으로 정해 부르기도 하기에 이런 일들이 생긴단다. 그래서 저녁집회 중, 어린이들에게 이야기하듯 천천히 창세기 이야기를 해주는데 사단(Satanás)이 유혹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모두 막 웃는 것이었다. 신기하기도하고 재미있어서 ‘왜 그러지?’하고 같이 웃다 그냥 계속 말씀을 전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성도 중 한명의 이름이 ‘Satanã’였던 것이다. 이 분 작년에 침례 받으셨단다.
다음 날 오전 일찍 침례식을 거행했고 난 옆에서 선교사님을 거들었다. 약 25명 정도의 교인들이 침례를 받았다. 그 중엔 집회 때 유난히 말씀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떡이던 청년부터, 안받겠다하다 받는 분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들을 통해 어떤 역사를 이뤄가실지는 절대 알 수 없다. 그런데..
한 명 한 명 물에서 나올 때마다 증서를 손에 쥐어주고 사진을 찍는 중 자꾸 증서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일들이 일어났다. 가슴 쪽으로 팔을 내려줘도 자꾸 얼굴을 가리는 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그냥 물에서 나온 자신의 얼굴이 너무 부끄러워서? 아니면, 이제는 본인의 존재보다 받은 증서가 더 중요하다 생각되서? 아니면, 정말 ‘이제는 내가 없고 오직 예수님만’이라 고백하고 싶어서? 꿈보다 해몽이 더 가관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제는 이들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그들에겐 삶으로 은혜로 받은 구원을 증명하며 사는 것이다. 그러면 그 때 알게 될거다. 자기 얼굴을 더 소중히 여기는 그리스도인이 될지, 얻은 증서들이 더 중요한 그리스도인이 될지, 아니면 진심으로 이제는 내가 없고 오직 예수님만 있는 그리스도인이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