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성한은 한국 문학계에 독보적 존재입니다. 그는 1919년 함경남도 풍산에서 태어나 함남중, 일본 야마구치 고교를 거쳐 동경제국대학 법학부 수학 중 광복을 맞아 귀국했고 60년대 초 영국 맨체스터대학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습니다. 김성한은 역사적 기록을 소중히 여긴 소설가입니다. 그는 역사를 철저하게 묘사한 작가로 유명합니다. 영국역사, 그리스 신화 등 동서고금의 사회상을 무대로 삼아 종래의 서정적, 토속적인 소재공간을 벗어났으며, 철저한 역사적 고증 작업을 거친 간결한 문체의 작품들은 한국 역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 받습니다.
 작가 김성한 생애는 세 시기로 나눕니다. 195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무명로’로 등단한 후 56년에 ‘바비도’로 제1회 동인문학상, 58년에 ‘오분간’으로 아세아 자유문학상을 받으며 50년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순수 문학가 시절이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56년 사상계 주간으로 인연을 맺은 후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장, 논설주간을 지내고 81년 같은 신문사를 퇴임하기까지의 언론인 세월입니다. 셋째는 80년대 이후‘왕건’, ‘임진왜란’, ‘진시황제’ 등 장편 역사소설을 저술한 역사 소설가 세월입니다. 김성한은 순수문학으로 시대를 풍미하는 소설가로 활동하다가,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일하고, 다시 역사소설가로 돌아와 대작을 남긴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작가로서의 삶에 결정적 전환점이 된 언론계 투신 후에도 김성한은 문학계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60년대 후반부터 장편‘이성계’와 ‘이마’를 썼으며, 역사소설을 쓰기 위한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했다고 전해집니다. 오랜 언론계 생활은 철저한 고증과 상황과 사물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 간결한 문체와 빠른 전개가 특징인 김성한 역사소설의 바탕이 되었다고 평가를 받습니다. 지적이고 반항적인 경향의 초기 단편들, 그리고 역사의 기록자 입장에 섰던 언론계의 경험이 어우려져 우리나라 역사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것입니다.
 당대 최고 지식인 김성한은 1950~1960년대에 엄청난 수준의 단편소설들을 쏟아냈던 작가입니다. ‘암야행’, ‘개구리’, ‘오분간’, ‘바비도’ 등등의 작품으로 특유의 비판의식과 냉소주의 가득한 작품들을 쏟아 냈습니다. 이런 작품은 허약한 민중과 비겁한 지식인들을 통렬하게 비웃어줍니다. 이런 풍자 소설의 대표 작품격인 ‘개구리’는 인간의 부조리와 모순을 신랄하게 비웃어 주는 통쾌한 소설입니다. 
 소설 ‘개구리’는 지도자를 원하는 개구리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함을 보여 주면서 인간 사회의 비리와 부조리를 고발합니다. 개구리들은 모두 제멋대로 살았습니다. 자연 개구리 사회는 자유스럽고 평화로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날짐승들이 독수리를 왕으로 모시는 모습을 개구리들이 목격합니다. 그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 얼룩이는 우리도 지도자를 뽑아서 질서를 가진 동물이 되자고 제안하지만 초록이는 지도자 영입에 반대합니다. 그러나 사자를 위시한 산짐승들의 떼를 보고는 개구리들은 올림푸스 산의 제우스 신에게 가서 자신들의 지도자를 보내 달라고 조르는 지경이 됩니다. 제우스는 개구리의 그러한 생각이 ‘노예근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개구들을 비난 합니다.
 그러나 개구리들이 계속해서 지도자를 원하자 제우스는 개구리들에게 지도자를 보내 주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약속대로 제우스가 보낸 개구리 사회 지도자는 통나무였습니다. 개구리들이 모여 노는 연못에다 통나무를 보내자 기이한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지도자를 반대했던 초록이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도자가 아니라, 편의와 즐거움이라고 하면서 통나무 위에서 놀이하며 즐겁게 지냅니다. 초록이는 통나무 왕의 존재를 만끽하며 즐겁게 생활을 합니다. 통나무를 장난감 삼아 초록이는 호위 호식합니다.
 이런 모습에 불만을 품은 얼룩이는 제우스를 찾아가 다른 왕을 달라고 간청합니다. 설득된 제우스가 왕을 줍니다. 그래서 모셔오는 왕이 황새입니다. 황새를 새로운 지도자로 데려 온 얼룩이는 개구리 나라에서 기세를 떨칩니다. 
 얼룩이는 황새왕의 나라에 공신으로 인정받아 재상이 됩니다. 재상이 된 얼룩이는 동족 개구리들을 황새의 먹이로 바치고, 자신도 동족 개구리 살을 먹으면서 여러 가지 특혜를 누리며 호위 호식 합니다. 얼룩이는 자신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황새 왕에게 온갖 아첨을 합니다. 황새는 개구리들을 잡아먹으려 하고 얼룩이는 다른 개구리들에게 황새 먹이가 되는 것이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개구리들을 설득합니다. 
 얼룩이가 황새를 왕으로 모셔오자 초록이는 힘을 잃습니다. 초록이는 수배자가 되어 연못 깊숙이 숨어 있다가 검둥이와 함께 제우스를 찾아갑니다. 황새를 내 쫓아 달라고 애원하는 초록이에게 제우스는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에게 이기는 것이 자연의 원리라고 설명합니다. 제우스는 개구리들에게 자신을 물어뜯을 것을 명령합니다. 주저하던 개구리들이 제우스를 물어 뜯자 제우스와 신전이 있던 그 자리는 풀과 나무만이 남게 됩니다. 결국 제우스도 황새왕도 물어뜯으면 사라질 존재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개구리들의 삶을 통해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유를 향유할 줄 모르고 스스로 멍에를 쓰려고 애쓰는 인간의 악행, 대중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사악이 자행되고 있는 인간상을 풍자합니다. 이 작품에서 개구리들은 노예근성으로 지도자를 얻고, 지도자로 인해 고통을 받습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초록이와 얼룩이는 대조적 인간상을 보여줍니다. 신에 대해서 의존적인 것은 초록이나 얼룩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얼룩이는 권력욕, 지배욕에 사로잡혀서 동족의 죽음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요, 얼룩이에게는 종족의 안위는 관심 밖이고 자신의 영화와 안락만이 중요할 뿐입니다. 이 작품이 고발하는 인간의 모습은 권력욕과 노예근성을 동시에 지닙니다.
 이 작품은 불건전한 인간상과 인간들이 만든 신의 무기력한 모습을 지적합니다. 이 작품은 섬세한 인간 심리 묘사를 통해서 망가진 인간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탁월함이 있지만 하늘을 보는 눈은 없었습니다. 등장하는 신은 무지한 인간들을 한 번 더 괴롭히는 악한 존재이고 인간의 저항에 아무런 힘을 보여주지 못하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제우스는 무능했고, 무지했습니다. 제우스가 개구리들의 행복을 보장할 수 없었습니다. 무지 몽매한 인간들은 이런 가짜 신에게 나아가 고통 받습니다. 참된 신을 섬기지 못하는 인생의 불쌍하고 불행한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참신을 알고 섬기는 것이 행복의 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