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 목사(나누리나누리선교회장)
얼마 전에 미국에서 유대인들이 예배드리던 회당에 인종 증오범이 총을 난사해 사람이 죽고 다치는 일이 생겼다. 나는 이렇게 총기 사고가 날 때마다 생각나는 사건이 있다.
미국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금요일이 되면 한국에서 하던 대로 금요철야기도를 드렸다. 어느 더운 여름 금요일 밤에 10여명의 성도들과 기도하다가 십자가 밑에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권 전도사가 나를 흔들어 깨우며 “목사님 밖에 경찰들이 왔어요!”하는 소리에 나는 “경찰요? 왜 왔나요?” 할 때 교회 문을 세차가 “쾅 쾅 쾅”하며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을 열면서 놀랐다. 바로 내 눈 앞에 기관총이 들어왔다. 중무장을 한 여자 경찰이었다. 그 뒤로 경찰들이 권총을 겨누고 있고 송아지만한 개가 보였다. 번쩍 번쩍 하는 경찰차 3대도 보였다. 여자 경찰이 “동네에서 교회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신고해 왔다”고 하면서,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 때 옆에 있던 영어를 잘하는 권 전도사가 “우리가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밤새워 기도하는데 오늘 너무 더워 창문을 열어 놓아 기도 소리가 들린 것 같다. 미안하다”고 하자 여자 경찰이 본부에 연락하고는 “지금이 새벽 1시가 넘었으니 조용히 기도했으면 한다”고 하고는 떠났다. 그 때 나는 총구 앞에 있었지만 아무 두려움이 없었다.
또 한 번은 브라질에서 새벽기도를 드리려 교회에 도착하여 교회 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복면한 권총 강도 5명이 교회 안으로 들어왔다. 그 중 한 놈이 내 뒷머리에 총을 대고는 “진헤이로! 진헤이로!”하며 소리 질렀다. 돈 내 놓으라는 뜻이다. 그 때 아내는 “이그레자 파스토”라고 하며 소리 지르자 한 놈이 자기 입에 손을 대며 “쉬 쉬”하였다. 이그레자는 교회이고 파스토는 목사라는 뜻이다. 나는 “돈 없다”하자 나를 잡고는 이층으로 올라가려려 하여 나는 아내 손을 꼭 잡고 같이 올라갔다. 아내와 떨어지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들은 계속 총으로 위협하다 경비가 오기 전에 자동차와 지갑을 갖고 달아났다. 나는 총구가 내 뒷머리에 닿는 순간 “이제 죽는구나”하는 두려움이 찾아오며 아무 것도 생각 할 수가 없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새벽기도를 올 때마다 두려움이 생겼다.
나는 브라질을 떠나 미국으로 가야 되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성도들이 “목사님 사모님 얼마나 놀라셨어요? 이제부터는 경비가 온 후에 교회 오세요!”하기도 하고, 선임 장로님은 “목사님 내일부터 경비를 목사님 댁에 보낼게요. 그때 경비와 함께 오세요”하였다. 어떤 분은 “목사님 여기 떠나시는거 아니지요? 가시면 안 되요!”하는 소리에 미국 가려는 생각을 포기했다. 성도들의 진심어린 위로와 사랑에 큰 힘을 얻고 담대한 마음이 생겼다. 빌레몬서 1장 7절에 보면 사도 바울이 감옥에서 빌레몬에게 “내가 너의 사랑으로 많은 기쁨과 위로를 얻었노라”한 말이 생각났다. 이와 같이 하나님이 성도들 입을 통해 위로해 주셨다.
몇 년이 지난 후 어느 주일 아침에 교회 옆 터에 브라질 사람들을 위해 지어준 지교회 바그너 목사가 건장한 한 사람을 데리고 나에게 와서는 “목사님 이 사람이 몇 년 전 목사님 머리 뒤에 총을 겨눈 강도입니다. 지금은 회개하고 예수님 믿어 교회 신자가 되어 목사님께 용서를 구하려고 왔습니다”하는 것이다. 나는 그를 안으며 “예수님이 당신을 용서하셨다. 나도 용서한다”고 하자 자기가 오늘 예배 때 성도들 앞에서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받게 해 달라고 간청하여 그렇게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습니까?”하고 물었더니 “둘은 권총 맞아 죽고 둘은 지금 감옥에 있다”고 했다.
나는 이렇게 죽음의 고비를 넘긴 후에는 세상에 있는 것들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모두 다 귀하게 여긴다. 누구도 무시하지 않게 되고 축복하게 된다. 매일 매일 사는 것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이기 때문에 감사만 하게 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