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는 교단의 모교회라고 생각하는 교회를 크게 부흥시키지 못한 부담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넷째는 고난이 고난으로 끝나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십자가 고난 후에는 부활의 영광이 있어야 하는데 십자가 고난으로 목회가 끝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받은 정신적 고통은 당연한 것이다. 나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목회를 잘했으면 그런 고통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가슴아픈 것은 교회를 잘 다니는 순수한 신자들의 마음에 상처가 되었다는 점이다. 평화롭게 나왔다. 누구를 블레임하지 않았다. 교회를 어지럽히지도 않았다. 신자들을 데리고 나오지도 않았다. 싸우지도 않았다. 정말로 모범적으로 잘 한다고 애를 썼다. 화기애애한 가운데 서로 이해하면서 사임 처리를 잘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실망했고 후유증은 좋지 않았다. 이것이 괴롭다.
 나성 성결 교회를 사임하면서 6개월간 여행하려고 했다. 서점에서 유럽 여행에 관한 책자와 지도를 구입했다. 책을 통해서 미국 내 국립 공원을 다 연구했다. 미국 대륙을 횡단하면서 국립 공원을 둘러보려고 했다.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었고 나와 아내는 그 꿈에 부풀어 있었다. 6개월 간 나의 생애 최고의 여행을 보내리라 마음먹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2월말에 사임했는데 3월 첫 주가 오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비는 거의 매일 내렸고 여행을 떠나지 못할 상황이 되었다. 3월 첫 주를 어떻게 보낼 것이냐가 문제였다. 동생들이 거의 매일 밤 집을 찾아왔다. 미국 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의 사임이 충격이 되기도 했다. 나는 여행을 원했으나 그들은 개척을 원했다. “우리는 어떻게 해요” 라는 그들의 말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형제들이 어느 한 교회를 출석하든지, 각자 흩어져서 교회를 다니든지 했으면 좋겠는데 쉽지가 않았다. 보통 때면 사임하자마자 한국으로 떠났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는 어머님이 고향에서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고 돌아 온지 일 개월을 겨우 넘긴 때였기 때문에 또 한국으로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나와 아내는 아리조나와 텍사스로 여행을 떠나려 했으나 날씨 때문에 떠나지 못했다. 그럭저럭 결정 못하고 지내는 동안 3월 첫 주일이 되었다. 우리 집으로 동생들을 모이게 했다. 그 날 11시에 첫 예배를 눈물로 드렸다. 평생 처음 당하는 상황이다. 형제 가족 19명중 14명이 모였다. 서울 장충단 교회 전도사, 서울 아현 교회 부목사, 오랜지 중앙 교회 부목사, 하시엔다 연합 교회 담임 목사,. 나성 성결 교회 담임 목사 이렇게 큰 교회에서만 목회했는데 2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을 앉혀놓고 가정에서 예배 드리려니 이 나이에 눈물이 안 나올 수 없었다. 거기에 자식도 앉아 있었다. 자식 보기에도 민망했다. 그러나 잘 이해했다. 예배를 드리고 난 후 생각이 교회 개척으로 급 선회하게 되었다. 여행 보다 교회 개척이 우선이라고 판단되었다.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어 졌다. 이제는 예배 드릴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포머나 쪽에 가 보았고 다운이 족에도 가 보았고 로즈힐 근처에도 가보았다. 아직 찾지 못한 채 두 번째 주일이 돌아왔다. 한 가정이 새로 들어왔다. 교회를 다녀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힘이 되었다. 또 힘이 되어 주기 위해 왔단다. 사실 동생들과 이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개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 주간에는 친구의 안내를 받으며 엘에이 한인 타운을 집중적으로 둘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