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른다. 아이들이 알아듣던 알아듣지 못하던 상관 않고 영어로 떠들어댔다. 금요일 저녁에는 청년들을 지도했다. 한국어 권이기 때문에 가르치기에 편했다. 청년들과의 그랜드 캐년,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캐년, 라스베가스의 관광은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이다. 평생 처음으로 가본 곳이기 때문이다. 3박 4일 동안 지내면서 깊은 영적 교제와 믿음의 사귐을 가졌다. 주일 오후에는 어른 예배 전에 복음 성가를 가르치고 함께 부르면서 은혜를 나누었다. 중 고등부를 지도할 때였다. 나는 토요일에 학생들의 성경 공부와 액티비티가 있었기 때문에 교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학생들을 픽업해 와야했다. 집에 있는 학생들을 교회로 픽업해 오고 성경 공부와 액티비티를 끝낸 다음에는 학생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그렇게 했다. 그런데 어느 토요일은 교회의 행사를 다 마치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 고속도로에서 차가 펑크가 났다. 내 차는 다 낡아빠진 국방색 캐딜락이었다. 너무 오래된 차였기 때문에 고장이 자주 났다. 토요일 학생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다가 펑크가 난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차들은 쌩쌩 달리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섭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다.
 난생 처음 만나보는 사고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내려놓고 트렁크에 있는 스페어 타이어를 꺼내고 재키를 꺼내었다. 재키로 타이어를 올리고 조여있는 것들을 풀고 타이어를 새로 갈아 끼었다. 땀을 뻘뻘 흘려 가면서 학생들과 함께 고쳤다. 생전 처음 해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잘 해 낼 수 있었다. 인간이란 위기 상황이 되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도록 창조되어졌나 보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부딪히니까 해 낼 수 있었다.
 나도 학생들도 손이 시커멓게 기름 떼를 묻혀 가면서 고쳤다. 얼굴이며 콧잔등이며 팔이며 옷이며 할 것 없이 기름 떼가 묻었다. 우리는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처음에는 겁이 났으나 나중에는 여유가 생겼다. 학생들은 나와 더욱 친해졌다. 어려움을 함께 나눌 때 빨리 친해진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