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집에 묵는 것이 뚝 끊어졌다. 전화는 오지만 집으로는 오지 않았다. 집에 오라고 하면 괜찮다고 했다. 우리 집에 오면 공짜로 먹고 자고 할 수 있을 텐데 오지 않았다. 왜 그런가 무슨 문제가 있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의 경제 사정이 아주 좋아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80년대 후반에 들어 와서 특히 그랬다. 그 이전에는 친구들이 열심히 우리 집을 찾았는데 80년 후반에는 한국도 생활이 아주 좋아져서 미국 오면 모두 호텔에 투숙했다. 돈 몇 푼 주면 되는데 뭐 가정집에 가서 불편하게 신세를 지느냐는 것이다. 지금은 목사님들이 한국에서 오면 호텔에 방을 정해 놓고 전화를 한다. 만나서 식사 한번 같이 하고서는 헤어지는 일들이 많다. 가정집에 가면 불편하다는 것이고, 이제는 돈이 많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가 좋아졌다는 것이 그런 것에서 확실하게 드러났다.
 우리 가정은 축복을 너무 많이 받았다. 그래서 갚으려고 하는데 이제는 세월이 지나면서 찾는 사람도 없고 또 온다고 해도 귀찮아지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 미국의 생활은 참으로 풍성하고 아름답다. 사람들을 대접하고 안내하고 미국 생활을 말해 주는 것이 참으로 행복했고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새 세상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 생활이 너무 좋아졌다는 말이다. 친구 집에 가서 묵는 것은 생각도 않는 세상이 되었다. 나는 이중으로 고마워하고 있다. 첫째로는 우리 집을 찾지 않으니 손해 볼 것 없어 좋고, 둘째로는 한국의 경제 사정이 좋아 목사님들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서 호텔에 묵으니 좋다. 그러나 한 구석에는 섭섭한 면도 있다. 돈이 없어 친구 집에 묵는 것이 좋을 수는 없다. 돈이 있는데 친구 집에 가는 것과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사례비가 많지 않아도 풍족하게 살고 있다. 사례비가 많을 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있으면 있는 대로 지내고 없으면 없는 대로 지낸다. 이렇게 마음에 여유를 갖고 사는 것이 아마 많이 대접한 결과로 주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행복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인격적인 것이다. 없어도 궁핍을 느끼지 않고 여유있게 살아가는 것이 축복이 아닌가. 요즘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사례비가 많을 때는 나가는 경비가 많았고 사례비가 적을 때는 나가는 경비가 별로 없다. 하나님께서 다 조절해 주시는 것 같다. 남을 대접하며 살아가자. 어차피 성공해도 만족이 없고 성공 못해도 만족이 없는 인생이 아닌가. 남들을 대접하다 보면 저절로 만족이 찾아 올 것이다. 사람들에게 인색한 사람은 결코 자신의 마음의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할 것이다. 파슨즈는 “부를 축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요 그것을 지키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다” 라고 말했다. 우리는 부해서 친구들을 초청한 것이 결코 아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뿐이다. 그들을 잘 대접한 것으로 족한 것이다. 100여명이 우리 집을 다녀갔지만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군지 거의 기억을 못한다. 잊고 사는 것이다. 선행은 잊어야 한다. 기억하고 있으면 이미 선행이 아닌 것이다. 성경에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