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오자마자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인타운의 종려나무와 거리의 거지들이었다. 특히 거지들은 엘에이 다운 타운을 드라이브하면서 눈에 많이 띠였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어 조금도 눈에 거슬리거나 이상하게 생각지 않고 그냥 지낸다. 하도 이상해서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그들이 홈레스 피플 들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거지라 말하는데 미국에서는 그들을 홈레스라 했다. 한국에서도 지금은 거지라 하지 않고 홈레스라 말하는 것을 들었다. 시대가 많이 바뀌어 졌다고 생각했다. 집이 없고 직업이 없어서 길거리에 나와 아무 데서나 자고 아무거나 먹고 동냥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다. 그 수가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정부에서 그런 사람들을 데려다가 좋은 환경에서 밥 먹여주고 옷 입혀주고 직업 교육도 시키는데 들어갔다가는 도망쳐 나와서 길거리에서 산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생활이 된 것이다. 매일 샤워하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직업을 가지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뛰쳐나온다. 이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 보다 알콜이나 마약을 하면서 지내는 자유가 더 좋은 모양이다. 나는 교회 청년들과 함께 일년에 한 두 차례 홈레스 피플을 찾아간다. 로스엔젤레스 에뷰뉴와 4가 근처에 많이 있는데 점심 샌드위치, 과일, 칩스 드링크를 한 봉지씩 넣고 겉에는 성경 구절을 써서 하나씩 나누어주고 그들과 함께 찬송을 부르고 성경 말씀을 전하면서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성경 구절을 척척 외우고 성경의 스토리를 훤히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 교회에서 자주 찾아가서 말씀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들은 모두 냉담하다. 우리들이 그렇게 해 줘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점심 하나씩 주고는 가고 다시 또 찾아오지도 않고 찾아와도 별로 자기들하고 상관없다는 그런 표정들을 하고 있다. 교회에서의 행사를 그냥 행사로 받아 들였다. 아주 고맙다든가 감사하다든가 하는 것이 거의 없다. 주면 받고 안 주면 안 받고 그런 태도이다.
 그런데 한번은 교회에서 여전도회원들이 100봉지 점심 도시락을 만들고 나 혼자서 그들에게 나누어주려고 갔는데 그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고 하나씩 가져가라고 했다. 와와 모여들어서 가져가는데 차 문이 부서지고 유리가 깨어지고 난리가 났다. 일제히 수 십 명이 모여들어서 두개씩 세 개씩 그리고 잡는 대로 가져가려 했기 때문이다. 그 난리 통은 꼭 전쟁통과 같았다. 아무리 곁에서 소리쳐도 막무가내였다. 그 순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꼭 도둑이나 무슨 폭도들 같았고 폭동이 난 기분이었다. 다 없어진 다음에는 다시 조용해졌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너무나 조용해서 이상할 정도였다. 태풍후의 고요함 같았다. 나는 차 문을 닫고 어이없이 그 자리를 피해 나왔다. 그런 말을 청년들에게 했더니 저 보고 너무 서툴게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가져가라고 하면 그들의 눈이 미치고 하나라도 더 가져가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 도둑이고 다 갱들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럴 때에는 일렬로 줄을 세워 놓고 make line 그런 다음에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나누어주면 아무 문제없다는 것이다. 절대 집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