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 「우물을 파는 사람」. (서울 : 두란노, 2012), p.310.

 이어령은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문학 평론가이다. 그는 우물을 파는 사람이라는 제목을 통해서 자신의 영적인 갈망에 대한 문제들을 다루었다. 자신이 예수를 만나는 과정을 통해서 지성인의 영적인 갈망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딸이 독실한 크리스챤이라는 사실을 보고 질투가 났다고 적고 있다. 낳아주고 키워준 아버지가 있는데, 그보다 더 좋은 아버지를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육친이 줄 수 없는 것을 줄 수 있는 저항할 수 없는 존재 앞에 서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세례를 받기 전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글을 봐도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을 경험할 때 ‘영혼의 갈증’을 채워지는 신앙을 선택하고 세례를 받았다고 말한다. 그는 세례를 단순히 씻는 의식이 아니라 가슴 깊이 묻혀 있었던 온천수의 뜨거운 수맥을 퍼 올리는 것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지성인이 갖고 있는 깊은 고뇌를 토로하면서 그 가운데 예수를 믿고 영접하는 과정을 통해 영혼의 갈증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저자의 회심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문학평론가로서 분석적이고 기복적인 신앙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이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기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지성인들에게는 비쳐지는 기독교인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지성의 마지막 갈증은 영혼의 갈증이었으며, 예수를 인격적으로 영접하고 세례를 받는 것으로 해갈의 출발점을 선택하였다. 오늘날, 신앙이 기복적인 것으로만 느껴진다면, 현시대 최고의 문학평론가의 고뇌와 회심의 과정을 엿봄으로써 지적이고 신앙적인 깊이 있는 사색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으시기를 바란다.
심석현 목사(샬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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