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는 일년 내내 날씨가 좋다. 날씨가 따뜻해서 겨울에도 춥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한 시간만 드라이브해서 가면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엘에이이다. 겨울에 엘에이 도심지에는 아열대 식물인 종려나무 팜츄리가 있고 저 멀리 산에는 눈이 허옇게 덮인 것을 볼 수 있다. 한 폭의 그림처럼 팜츄리와 하얀 눈이 앙상불을 이룬다. 참으로 멋진 조화이다. 아열대 나무는 더운 지방에서 나는 나무이다. 그런데 눈 덮인 산이 팜 츄리 사이로 보인다. 이게 묘한 조화란 것이다. 미국의 남가주는 스키 천국이요 골프 천국이요 서핑 천국이다. 골프장은 동네마다 있고 스키는 한시간 내지 한시간 반을 드라이브 하면 갈 수 있다. 그리고 바다는 한시간 이내로 갈 수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 스키를 타러 가 본적이 있다. 당시는 스키를 사지 못했기 때문에 렌탈을 했다.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는지 한시간이나 기다렸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이 소동을 피웠다. 한시간 이상을 기다렸는데 왜 이리 늦느냐면서 새치기하는 것이다. 동양 사람들이었다. 아마 내 생각에는 한인들 같았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우리도 한시간 이상을 기다렸습니다. 새치기해서 안됩니다. 차례를 기다리세요“ 라고 말했다. 나는 참으로 같은 동양인으로서 부끄럽게 생각되었다. 나와 아이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줄서서 기다리는 것부터 훈련해야 한다. 나도 얼마나 성질이 급한지 은행에 가서 줄이 길게 서 있으면 기다리지 않고 그냥 가 버릴 때도 있었다. 그렇게 한 다음에는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다음에 온다고 갔는데 왔다갔다 시간 낭비에다가 다음에 온다는 것이 더 바쁜 일들이 생겨서 못 오면 더 손해이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은 기다리면서 초조해 하지 않는다. 바쁘다는 것을 표현하지도 않는다. 여유 있게 기다린다. 한참 기다리고 자신의 차례가 되면 모든 문제들이 다 해결된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그것을 참지 못하고 새치기하고 돌아가고 급하게 해달라고 한다. 미국 사람들은 캔디를 입에 물고 오래 빨아먹고 러시아 사람들은 입에 넣자마자 둘로 쪼개어 빨아먹고 한국 사람들은 입에 넣자마자 와작와작 씹어서 먹는다고 했다.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도 미국 사람들은 혓바닥으로 조금씩 핥아먹고 한국 사람들은 한 입 가득 넣고 씹어가면서 한꺼번에 다 먹어 치운다고 했다. 성질이 급하다는 표현이다. 오래 참고 기다리는 훈련을 해야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