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미성대 명예총장)
지금은 ‘믿는다’고 하면 대체로 예수 믿는다는 뜻이다. ‘믿는 사람들이 왜 그 모양이야,’ 그런 핀잔을 듣는 사람들은 불교도나 미신교도가 전혀 아니다. 단연 예수쟁이들에게 쏘는 화살이다. ‘믿는 사람 많아도 믿을 놈은 별로 없다’는 세간의 속담 그렇다. 실상 예수쟁이들은 ‘믿는다’는 말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지 않는가. 아니 영원한 생명을 얻는 만통열쇠가 곧 믿음이기에 오히려 자랑스러운 일일 뿐이다. “믿는 자는 누구든지 영생함을 얻으리”가 유명한 찬송가 가사이고, 그것은 또 교회학교 다니는 어린이들도 줄줄 외우는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이기도 하다.
그런데 믿음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정작 명쾌하게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가. 특히 어린이들이 물으면 무어라 할까. ‘이 녀석아, 믿음이 믿음이지 뭐야?’ 하고 호통만 칠 것인가. 묻기 전에는 알았는데 물으니까 모르겠다고 할까. 믿음은 ‘아는 것’이다. 그냥 ‘얼굴을 안다’는 뜻이 아니라 ‘체험으로 안다’는 수준이다. “아담이 그 아내 하와와 동침하매”(창4:1), “아들을 낳기까지 동침하지 아니하더니” (마1:25)에서 ‘동침하다’는 성경원말로 ‘안다’이다. 믿음은 ‘동의한다’는 뜻이다. 예수쟁이들의 상표인 ‘아멘’처럼 ‘찬성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예수 믿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예수님을 구원주로 모시겠다는 계약을 체결할 때 ‘아멘’하는 일 곧 서명을 허거나 인감도장을 콱 찍는 것이 바로 믿음이다.
믿음은 삼위일체 하나님께 ‘맡기는 결단’이다. 자신의 생명을 맡기고 그 생명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을 맡기는 일이 바로 믿음이다. 심지어 모든 근심과 걱정까지도 전능하신 하나님의 손에 맡겨야 한다. 돈을 은행에 맡겨놓고는 안심하는 사람들이 하나님께 맡기지 못하고 발발 떠는 것은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최후로 남긴 말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눅23:46) 하신 것이 믿음의 절정이다.
믿음은 순종이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삼상15:22)는 말씀 그대로다. 하나님의 말씀 어느 한 조목이라도 순종해야 믿음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극단의 경우에는 십자가에 목숨까지 바치는 순종이 믿음이다. 믿음은 희망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는 말씀처럼 (히11:1) 희망하는 것들이 이미 이루어질 것을 보장받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믿음은 사랑이다. 하나님께서 세상사람들을 지극히 사랑하신 것처럼 세상 사람들도 하나님을 지극히 사랑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것이 바로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이다.
허지만 이것으로 믿음에 대한 해법이 마무리된 것은 전혀 아니다. 성경 66권은 그 표현이 무엇이거나 모두 믿음에 관하여 말하고 있을 정도다. 그래도 한 가지만은 꼭 덧붙이고 싶다. 믿음은 다른 것이 아니고 예수님의 장기로 이식수술 받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싸울 때 흔히, ‘누구는 간도 쓸개도 없어?’ 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그 간 그 쓸개를 예수님의 간과 쓸개로 이식수술 받는 것이 바로 믿음이다. 눈도 예수님의 것으로, 귀도, 입과 혀도, 손과 발도.....그리고 특히 심장과 뇌수도 33세 예수님의 그 건장한 장기로 이식수술 받는 것이 바로 믿음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내 살을 먹으라, 내 피를 마시라.”고 가르치셨다. 제자들이 대부분 도망갈 것을 뻔히 아시면서도......(요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