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람들은 결혼식을 할 때만 케익을 준비하는게 아니라 생일 때, 은퇴할 때,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때, 평범한 티타임에도 항상 케익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러나 케익하면 역시 웨딩케익이다. 더구나 로얄 웨딩에서의 케익은 늘 화제가 되곤 하는데 몇 년 전 윌리엄 왕자와 미들턴의 결혼식에 사용된 웨딩케익은 영국 전역에서 뽑힌 케익의 장인 8명이 무려 5주에 걸쳐서 제작했다고 한다. 과연 언제나 시끌벅적 세계인의 화제가 되는 영국왕실답다. 영국 사람들은 로얄 웨딩케익 제작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가문의 영광이요 족보에 기록될 행운으로 여긴다고 들었다. 대개 웨딩케익은 3단으로 만들어져 1단과 2단은 그날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나눠주고 제일 꼭대기의 3단은 잘 보관했다가 그 다음해 결혼 1주년 기념파티에서 꺼내 먹던가 아니면 첫아이의 세례식 날 꺼내 먹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일년이 지나도 상하지 않을까? 이런 웨딩케익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로마 시대부터 만들어졌다고 한다.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하객들이 빵케익을 준비해 오면 이것들을 쌓아놓고 그 케익 위로 신랑신부가 허리를 굽혀 키스를 하는 풍습이 시작되었고 하객들은 그 케익을 나눠먹었다고 한다. 웨딩케익은 건강과 풍요를 상징했고 케익에 바르는 하얀 설탕은 순수와 청결의 상징이었다. 하얀 웨딩드레스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입기 시작하면서 결혼식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하얀 웨딩케익, 하얀 웨딩드레스, 부케 던지기, 신랑신부를 위해 하객들이 함께 건배하기 등등은 모두 영국산(産)이다. 또 하나 있다. 우리들의 아침식사 브렉퍼스트(breakfast)도 영국의 결혼식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결혼식전 금식에 들어갔던 신랑신부가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첫 아침식사를 하면서 금식을 푼다는 의미의 break that fast란 말에서 Wedding Breakfast란 말이 나왔고 거기서 웨딩이란 말은 슬그머니 빠져 버리고 브렉퍼스트란 말만 혼자 남아 오늘날 ‘아침식사’란 말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그 웨딩케익이 마침내 미국의 동성결혼 찬반 전쟁의 첨예한 최전선(front line)을 형성할 줄 누가 알았을까? 금년 초 오레곤에서 ‘스윗케익’이란 빵집을 운영하던 멜리사와 아론 클레인 부부는 동성결혼 케익 주문을 거부했다가 벌금 20만 달러를 물어내야 했다. 철퇴였다. 결국 베이커리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러나 이들 젊은 부부에 대한 전국적 지지가 성금모금으로 이어져 벌금액수를 훨씬 초과하는 30여만 달러가 모아져 화제가 되었다. 빵집이 동성결혼 찬반을 놓고 벌어지는 ‘신념전쟁’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는 샘플케이스였다. 이같은 대립전선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전선이 무너지면 제2전선은 어디가 될까? 아마도 꽃집. “난 동성결혼식장엔 꽃을 팔수 없어요.” 이런 꽃집 주인이 나올 것이다. 몇 달 전에도 그런 꽃집 주인이 전방에 나선 적이 있다. 그 다음은? 아마도 금은방? 쥬얼리 샵이다. “동성결혼에 쓸 결혼반지는 팔지 않아요. 왜냐구요? 내 신앙 양심상 동성결혼 반지는 팔수 없어요. 그건 성경적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할 금은방 주인이 나올 수 있다. 그 다음은? 아마도 결혼 증명서를 떼어주는 카운티 클럭이다. “난 동성결혼을 찬성하지 않아요. 양심상 이 결혼증명서에 서명할 수 없어요!” 그럼 다음은? 결혼식 사진을 찍어주는 직업사진사. 그리고 그 다음은 아마 교회가 될 것이다. “우린 동성결혼을 찬성하지 않아요. 우리 예배당에선 동성결혼식은 결코 올릴 수 없습니다.” 이와 함께 동성결혼 주례를 부탁 받았지만 이를 거절한 목사도 당연히 그 프론트 라인에 서게 될 것이다.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판결로 형성된 이 찬반 최전선이 계속 위태롭기만 하다. “법이요!” 하고 밀고 들어오는 적진의 공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밀리고 밀려 드디어 한인교회로까지 전선이 확대된다면 그때 우리들의 전략은 무엇인가? 그 때가서 허둥대지 말고 최전방에 대한 경계태세를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 지휘본부와의 교감도 중요하다. 그러나 동성애 전쟁의 지휘본부가 ‘무소부재, 전지전능한 파워’를 쥐고 있을 지라도 최선선이 흔들리면 지휘본부의 존엄도 타격을 입게 된다. 당연히 지휘본부 되시는 주님께 길을 묻는 겸손한 영적 교감과 더불어 전선 주변의 기상도를 살피는 정보력도 있어야 한다. 당연히 적군에 맞설 무기와 식량도 있어야 하고... 웨딩케익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동성결혼 최전선에 어디 타협하고 양보하는 평화협정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