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사람들의 모여드는 발소리가 합쳐 모여든 행렬로 너도나도 각기 특이한 몸짓으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는 아크리마성 공원은 이곳을 애용하는 사람들의 더 없는 자연 헬스장이다. 새벽을 깨우는 발걸음 속에는 각기 저마다 사정이 있다. 어떤 이는 예방차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이는 이미 병마를 겨우 떨치고 일어나 잃었던 건강을 찾으려는 안간 힘! 또 어떤 이들은 걷기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 커피 한잔의 유혹속에 세상 돌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에 웃기도 하고 함께 아파하기도 하면서 앤돌핀 생산의 기회로 삼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아무튼 걷고 있는 행렬속에 나도 끼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님이 주신 축복 중에 축복이여서 속으로 찬송도 부르며 말씀도 묵상하고 동적인 기도도 드리면서 딴에는 하루의 일과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40년 전 쌍파울 서울교회를 함께 섬겼던 이 장로님의 아내이신 권사님을 만나 함께 걷다가 그녀가 나에게 눈을 마추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선교사님만 보면 하나님이 너무나 위대하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젊은 시절 그렇게 멋쟁이요 미인이셨는데 어떻게 하나님께서 이렇게 변화시키셨을까? 지금 70이 훨씬 넘은 나이에도 목사님과 두 분이 그렇게 기쁨으로 선교를 하시다니요....”그녀는 눈가에 잔주름을 움직이면서 잔뜩 웃음을 담고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선포한다. 얼마나 나의 젊은 시절이 눈에 띄었으면, 얼마나 멋을 부리며 유난했었으면 그런 생각을 했을까? 아마 나를 보며 이렇게 생각 했나보다.
 신숙자가 변하여 선교사가 되리라는 생각은 전혀 못 했던 모양이다. 나 자신이 생각해 보아도 20대에 훼션 모델과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못한 채, 자칭 미인이라 착각했는지는 몰라도 더 예뻐보이고 싶었던 욕심에 발목 잡힌 교만 덩어리는 아니였나 생각해본다. 아무튼 나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주님은 나의 마음을 사로 잡으셨고 주님의 사랑의 노예가 된 기쁨에 세상 소욕을 분토처럼 버리게 하신 그분이 주신 “부자유”가 세간의 제한 없는 방종보다 이렇게 기쁠 줄을 어떻게 알았었겠는가 말이다. 할렐루야! 그분의 스톱싸인이, 그분의 권면이, 그분의 주신 고난이, 그분이 그어 놓으신 한계가 자유라고 풀어놓은 세상의 그 무엇보다 귀하고 복되고 참된 행복인 줄을 알게 하셨으니.... 바치고 기뻐하고 제지를 당하고 끄덕이며 그분 때문에 비방을 받고 그분 때문에 억울함을 당하는 것마져도 이상히 여겨지지 않게 됨이 신기하고 놀라워서 “당신은 뉘시기에 나를 행복한 노예를 삼으십니까?”라고 하는 반문마져도 신앙 고백의 삶의 한 토막이 되었다.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그래 나로 나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야 내가 나를 보아도 요만큼이라도 나로 나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알게 하신 하나님의 위대하신 능력을 찬양치 않을 수가 없지않아? 나 같은 죄인이 용서함 받고 어떻게? 오늘이 있다니....”순간순간 하나님은 우리가 계획하고 기도하는 일들을 틀어 방향을 바꾸게 하심마져도 하나님의 멋찐 계획이요 기도 응답이라는 사실을 경험하게 하신다. 신기하고 놀랍다. “하나님 하게하심”의 신앙을 더욱더 확신케 하시는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뛰고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할렐루야를 연발케 하신다.
 약 7개월이나 되었을까?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역사하셨던 것처럼 한국 서울 예능교회에 영혼을 사랑하는 어느 권사님이 4천만원의 선교헌금을 드렸다며 브라질 선교에 쓰라는 연락을 받았다. 예능교회가 이제 여덟 뻔째 브라질 현지인 교회를 지을 차례가 되었다. 하나님의 확실한 응답을 받고 난 다음에야 돈을 보내달라며 우리 부부는 참 하나님의 뜻을 찾으며 기도하고 있었다. 브라질 동북부에 있는 가라늉스 브라질신학교에 27명의 신입생이 들어와 어느 교회의 작은 공간에서 공부하는 그들에게 탁아소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신학교 건물이 필요하다 생각한 우리는 기도를 시작했고 선교의 뜻이 있는 어느 집사님과 함께 기도하고 있던 터였다.그 일을 이루기 위하여 그곳에 있는 우리 베데스타 탁아소 부근에 건물을 짓기로 작정한바 있었다. 고국 예능교회에서 다시 연락이 오기를 브라질에서 건축할 연락이 오지 않아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니 헌금을 하신 권사님이 그 헌금을 동남아 선교지로 돌리면 어떨까 한다는 소식을 2014년 12월에 전해왔다.
 우리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되어야 하겠기에 4월 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예능교회에 연락을 하면서 혹여 하나님께서 동남아 선교가 더 먼저 필요하신가? 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헌데 4년 전 브라질 북부 혼도니아 주 뽈또밸류에 선교를 갔었을 때였다. 그곳에는 신학 공부를 하려면 18시간을 운전해서 헤씨피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신학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