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미국에는 양보 정신이 너무나 잘 훈련되어 있다. 나는 양보를 잘 못하는 편이다. 아주 기분 좋은 날이면 양보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양보를 않고 그냥 달린다.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는데 백인 아가씨가 스톱하더니 나보고 먼저 가란다. 야 , 나는 너무나 놀랐고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그 아가씨가 예뻤을 뿐만 아니라 저보고 먼저 가라고 웃으며 손짓을 해 줄 때 참으로 천사처럼 보였다. “야, 이것이 미국의 자동차 문화구나“ 했다. 그런데 왜 나는 저런 여유가 없을까, 왜 내 얼굴에는 미소가 없을까. 나는 먼저 가려 하고 양보는 하지 않고 앞지르려 한다.
 어느 해 엘에이 시장이 베푸는 신년 조찬 기도회에 참석한 일이 있다. 엘에이에 있는 백인 목사, 흑인 목사, 히스패닉 목사, 한인 목사 등 100 여명이 초대되어 참 좋은 시간을 가졌다. 좋은 말씀도 듣고 엘에이 시를 위해 기도도 드리고 좋은 친교의 시간도 가졌다. 엘에이 검사장도, 경찰 국장도 참석했다. 그런데 행사를 다 끝내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발릿트 파킹이었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에게 파킹 표를 주고 내 차를 가져오게 했다. 남들도 다 기다리면서 자기 차가 오면 팁을 주고는 타고 나가고 그랬다. 아무리 기다려도 내 차가 오지 않는다. 이상하게 생각되어 표를 관리하는 곳에 가서 문의를 했다. 그랬더니 밧데리가 나가서 시동이 안 걸린다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과 함께 내 차가 파킹되어 있는 곳까지 갔다. 정말 밧데리가 나갔고 시동이 안 걸렸다. 아침 집에서 출발 할 때부터 밧데리에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괜찮으려니 하고 갔는데 그렇게 되었다. 일하는 사람은 떠나고 나는 준비해 두었던 케이블을 들고 자동차 밖에서 밧데리 충전해 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조금 뒤에 30세쯤 되어 보이는 백인 여성이 내 차 앞에 딱 서더니 보드 네트를 열고 케이블을 연결하라는 것이다. 상냥하게 웃으면서 그랬다. 나는 내차와 그 차의 밧데리를 연결해서 곧 시동을 걸었다. 땡큐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 여자는 유어 웰캄 하고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파킹하러 들어갔다. 천사처럼 보였다. 분명 그 여자는 지금 출근길이었기 때문에 바빴을 것이다. 그러나 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양 사람을 보았을 때 무조건 도와주는 것이었다. 이것이 미국의 차 문화였다. 하나의 단면이지만 얼마나 앞섰는지 모른다. 만일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아마 바쁘다고 시계 보면서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까. 영어 못한다고 속으로 변명하면서 떠나지 않았을까. 저 놈이 나를 해치지는 않을까 하고 피하지 않았을까 참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또한 파킹 한 차를 내가 받았다든지, 다른 차에게 피해를 주었을 때는 반드시 메모를 남기고 간다. 피해를 주고 그냥 달아나는 일은 거의 없다. 하루는 차를 빼다가 옆에 있는 차를 조금 긁었다.

 나 역시 긁힌 그 차에 메모를 써서 넣었다. 나의 이름, 전화번호, 집 주소 등을 자세히 적어서 상대방의 차 윈도우 바이퍼에 꽂아 두었다. 그날 저녁 전화가 왔는데 괜찮다는 것이다. 나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고맙다는 말을 하고 끝냈다. 우리는 남의 차에게 아무도 모르는데서 피해를 주었을 때는 반드시 자신의 정보를 알려 주어야 한다. 백인들의 차 문화는 참으로 존경이 갈 만하다. 내가 따라 가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가끔씩 경험한다. 나도 규정을 잘 지킨다고 하지만 부끄러운 일을 자신도 모르게 행하는 일이 많다. 우리는 자동차 문화의 역사가 짧고 미국 사람들은 오래 되었기 때문에 체질화 된 것이 아닌가 혼자 생각해 보았다.
 자동차 문화, 그것은 국민의 문화 수준을 측정해 주는 외형적인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사 퍼시픽 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한국에 다녀오신 죤 스캇 교수님이 강의 시간이었다. 한국이 어떠냐고 질문하니까 첫 마디가 “서울의 교통 혼잡 크레이지” 라고 말했다. 늘 알고 있는 일이지만 부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멕시코는 더하더라고 응해서 한바탕 웃은 일이 있다. 지금은 마이카 시대이다. 누구나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 그만큼 자동차는 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제 우리는 수준 높은 자동차 문화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멋있고 품위 있게 자동차를 타고 다녀야 하지 않겠는가. 교통이 어지러운 것은 사람들이 어지럽다는 말이다. 교통이 혼잡하다는 것은 사람들이 혼잡하다는 뜻이다. 사람이 잘 정돈되어 있으면 자동차도 잘 정돈 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는 곧 그 사람의 표현이다. 급한 사람은 급하게 몰고 조용한 사람은 조용하게 몰고 다닌다. 무식한 사람은 무식하게, 유식한 사람은 유식하게 차를 몰고 다닌다. 자동차 문화는 곧 그 나라의 문화인 것이다. 자동차 운전의 수준이 그 나라의 수준이다. 한국의 자동차 문화가 국제 수준이 되어야 하겠다. 질서를 잘 지키고 함부로 추월하지 말고 양보도 하면서 정말 아름다운 교통 문화를 만들어야 하겠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질서 정연하게 차들이 달려가는 것을 보면서 많은 느낌을 가졌다. 요즘엔 한국에 들어 갈 때마다 차 문화가 점점 나아지는 것을 보면서 기뻐한다. 몇 년 전 보다 훨씬 질서 있게 운행하는 것을 보았다. 기분 좋은 차량 운행이 되도록 하자. 차 타고 다니면서 남에게 기쁨을 주고 자신도 기분 좋게 운행하도록 하자. 엘리어트는 “우리가 우리의 행위를 결정하는 것처럼 우리의 행위는 우리를 결정한다” 라고 말했다. 운전 매너는 곧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것이다. 부단히 운전 문화를 승화시켜 나가자. 옛 철학은 너 자신을 알라고 했지만 새로운 철학은 너 자신을 개선하라고 말한다. 차 운행의 습관을 자꾸 개선하자. 그것은 곧 자신을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