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달라스(Dallas)가 죽을 맛이다. 왜 에볼라 첫 감염환자가 넓고 넓은 미국 땅 가운데 하필 달라스에서 발생했을까? 달라스는 하루 아침에 ‘에볼라의 발원지,’ 혹은 ‘에볼라의 수도’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 내 첫 감염환자인 에릭 던컨이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서 사망한 후 그의 약혼녀는 물론 그와 접촉했던 의료진까지 그 옛날의 문둥병자처럼 사람들이 던지는 외면과 멸시의 돌을 맞고 갈 곳이 없어 헤매게 되었다. 그 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 한명이 크루즈 여행을 떠났는데 멕시코의 벨리스란 아름다운 항구에선 그 크루즈의 입항을 정중하게 거절해서 그냥 돌아왔다고 한다. 심지어 에볼라 환자를 돌보던 폐기물 처리를 놓고 텍사스와 루이지애나가 잘못하다간 싸움까지 벌이게 되었으니 에볼라 쇼크가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판국이니 달라스는 얼마나 침통하겠는가? 달라스는 1963년 그 시대의 정치 영웅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오스왈드가 쏜 총에 맞아 암살당한 곳이다. 민주당 진보의 아이콘이었던 케네디가 남부 보수의 텃밭에서 저격당한 것도 아이러니요, 오스왈드가 체포되어 끌려가던 중에 잭 루비에게 또 암살당하므로 케네디 암살사건은 지금까지도 풀지 못한 미국역사의 미제(未濟) 사건으로 남아 있는 것도 아이러니다. 달라스는 정치가문 부시 집안의 고향이자 남부 명문사립 남부 감리교 대학교(SMU)가 자리 잡고 있는 도시다. 풋볼에선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빼놓을 수 없다. 텍사스의 한 석유 재벌가의 흥망성쇠를 다룬 ‘달라스’는 13년간이나 방영되었던 미국 최장수 TV 연속극으로 그때 주연으로 활약했던 래리 해그먼은 이미 세상을 떠나 고인이 되었다. 그런 저런 달라스의 이미지와는 달리 이번 에볼라 발원지란 오명은 너무 뜻하지 않게 다가선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난데없이 불안에 떠는 도시 달라스가 있는가 하면 예기치 않게 축제에 빠진 흥분과 감격의 도시도 있다. 바로 캔사스 시티다. 캔사스 시티는 재즈, 바비큐, 그리고 분수로 유명한 도시 아닌가? 로마 다음으로 세계에서 분수가 제일 많은 도시라는데 약 200여개의 분수가 있다고 한다. 1910년 조이스 홀이란 사람에 의해 시작된 미국 최대의 연하장과 카드 제작회사 ‘홀막(Hallmark)’이 자리잡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런 캔사스 시티가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월드시리즈 때문에 온통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있다. 금년 월드 시리즈는 내셔날 리그 챔피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 캔사스 시티 로얄스가 맞붙게 되었다. 7전 4선승제에서 누가 월드 시리즈의 승자가 될지 지금 야구팬은 물론이요 미국인들은 가을야구에 정신을 팔고 있다. 정신을 팔게 하는 이유는 이들 두 팀은 모두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서 디비전 시리즈, 리그 챔피언십을 승리로 이끌며 마침내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으니 패자 부활전에서 확실하게 부활의 모습을 보여준 두 팀이기 때문이다. 특히 캔사스 시티 로얄스는 ‘기적의 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무도 월드 시리즈까지 진출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 정규시즌 승률이 5할 이하, 홈런수 꼴지에 머물던 팀이 와일드 카드를 통해 오클랜드 어슬레티스를 물리칠 때부터 기적의 서막은 열리기 시작했다. 정규시즌 최고의 팀으로 올라온 애나하임 에인절스를 3전 전승으로 물리쳤고, 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선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4전 전승으로 따돌리며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으니 그야말로 ‘약체의 반란’이었다. 포스트시즌 8연승 행진 끝에 자이언츠와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하게 되자 갑자기 캔사스 시티는 지금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도시가 된 것이다. 이 도시의 시민들은 월드 시리즈를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거리를 쓸고 새 단장을 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20년 동안 묵묵히 로얄스를 응원해 온 열혈팬 이성우 씨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비행기 1등석에 태워 정규시즌에 한번, 그리고 지금 월드 시리즈 때 또 한번 초청하는 이 도시의 후한 인심 때문에 사람들은 지금 “이게 미국 시골마을 인심인가 보다”라고 놀라고 있다. 이성우 씨의 항공료와 숙박비를 시민들은 자진해서 모금했다고 한다.
 월드 시리즈 때문에 하루아침에 축제의 장으로 바뀐 기적의 팀 로얄스의 캔사스 시티, 에릭 던컨의 죽음으로 에볼라의 수도란 불명예를 안게 된 달라스... 기쁨과 슬픔, 희극과 비극, 그리고 희망과 절망의 경계는 어디이며 그것이 어떻게 발원하는지가 참으로 묘하게 느껴질 뿐이다. 이번 주 달라스와 캔사스시티의 명암을 대비해 보니 세상일은 복이 될지 화가 될지 알 수 없다는 ‘새옹지마’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간사이고 그래서 “내일 일은 난 몰라요”란 말도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