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회 읽기)칸돔블레(Camdomblé)
2026/09/12 00:06 입력  |  조회수 :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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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

 

 어려서 교회를 다녔지만 명절 때마다 큰집에 가면 손자 중에 막내라서 어른들을 따라 제사를 지냈다. 여성들의 희생으로 상다리가 휘어질 것 같은 음식상 위에 영정사진이 놓이고 향이 피워지고 엄숙한 분위기에 남성들의 의식이 진행된다. 내 차례가 와서 수줍게 “저는 교회 다니는데요” 라고 하면 큰아버지는 “그럼 약식으로 해”라고 하셨다. 고복, 술잔을 양손으로 잡고 향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세번 돌린다. 머뭇거리는 아이에게 어른들은 절 대신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라고 했다. 한국 기독교는 전통적 유교식 제사인 조상에게 절하고 음식을 바치는 행위를 우상숭배라고 가르친다. 향을 피우고 촛불을 켜는 대신 고인의 사진과 성경과 유품을 놓고 둘러 앉아 하나님께 예배 드린다. 하지만 가톨릭은 조상을 섬기는 것을 전통적 효의 표현과 추모의 의식으로 보고 제사를 허용한다. 기독교이든 가톨릭이든 무종교이든 한국인에게 조상에 대한 기억, 감사에 대한 표현은 우리 민족이 얼마나 뿌리와의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칸돔블레(Camdomblé)는 브라질 아프리카 노예들의 조상에 대한 기억이자 접신종교다. 노예들은 자연과 조상과 연결된 신들을 가져왔다. 19세기부터 요루바, 폰, 반투 문화권에서 온 자들은 자신의 유산과 정체성을 지키고 식민지 억압과 제도에 저항하고자 했다. 그들의 영적 문화, 언어와 음악은 칸돔블레라는 사회 종교적 구조로 나타났다. 자신들의 신과 가톨릭의 성인이 만나는 종교적 혼합주의 안에서 요리, 의복, 음악과 리듬, 제의 행위는 자연스럽게 브라질 정체성의 한 부분이 되었다. 사원인 떼헤이로(Terreiro)에서 오리샤(Orixá)와의 접신을 시도한다. 북과 리듬을 타며 신의 장단에 맞추어 간다. 신도들은 사제들과 하얀 옷을 입고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이들은 어느 시점에 트랜스 상태에서 황홀상태로 들어간다. 신이 인간의 몸에 직접 들어가는 순간이다. 이후 신들에 대한 경배의 의미로 옥수수로 만든 아카사(Acaçá), 음료, 동물을 제물로 바친다.

 브라질 복음주의 교회 안에서 칸돔블레와 같은 아프리카 종교에 대한 적대감은 상당하다. 놀라운 양적 성장하고 있는 신오순절교회 같은 경우 영적전쟁이 거의 모든 설교의 주제인데 신도들의 조상신과 대물림되는 사단의 영에 대한 싸움을 요구한다. 아프리카 계통의 신들, 특히 오리샤스(Orixás)를 위장된 악마로 보고 주술과 마법으로 가득한 일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파한다. 신자들 대부분 자신들의 조상이 아프리카 문화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고 해방되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낀다. 신앙이 곧 물질적 성공이라는 신오순절교회 번영신학의 입장에서 과거와의 단절, 과거 조상들의 신과의 영적전쟁은 축복의 시작이다.

 신오순절교회가 그렇게 싫어하는 아프리카 종교의 행위가 이들의 강단에서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의 몸과 일상 생활에 직접 개입하는 영적인 세계에 집중하는 것, 그래서 우주에서 물리적으로 나타나는 대립되는 신성한 힘과 악마적 힘 사이의 전쟁터로 서서히 몰아간다. 악한 영의 추방으로 감정적 해방이 되고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것도 같다. 무엇보다 양쪽 모두 종교적 경험이 육체적 경험으로 바로 이어져서 방언, 입신, 예언과 같은 일상의 자아의식이 멈추고 초월적인 영적 경험이 이뤄지는 곳을 예배당과 사원으로 본다. 이제 무대에서 뭘 팔아도 잘 팔린다. 신오순절교회는 악마라고 규정한 칸돔블레의 형식과 신념 체계가 형성되고 유지하는 작동원리를 놀라울 정도로 따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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