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의 문화탐방)영화 속 구원의 신앙 38: 백룸(4)
2026/07/03 05:27 입력  |  조회수 : 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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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 

 이처럼 있어야 할 것이 없고, 없어야 할 것이 있는 텅 빈 공간을 ‘경계 공간’, 즉 ‘리미널 스페이스’라고 한다. 그런 곳에서, 인간은 이상한 기분을 느낌과 동시에, 자기만 있는 그곳이 비현실적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또한, 자기가 기억하는 공간들과 닮아 있어서 그곳들을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는 것과 동시에, 그러나 지금 자기가 서 있는 곳은 실제로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공간이 아니라는 괴리에서 막연하지만 강한 불안감이 엄습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이상함과 비현실성과 그리움과 불안함이 한데 합쳐져서 견딜 수 없는 공포로 전환되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공간에 존재하여 안도감을 주는 ‘다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상상해보자. 어두운 밤, 가로등도 하나 없는 길을 혼자 걸어갈 때 엄습하는 두려움을. 그런데 저 멀리서 누군가가 들고 오는 촛불 빛이 깜박이는 것을 본다고 하면, 설령 그 누군가가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가 가까이 와서 지나쳐 가기만 할지라도, 그 자체만으로 안도감이 들 것이다. 더군다나 그 누군가가 어머니라면, 그 충만한 안도감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왜 우리는 공포의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태초부터 사람은 사회적 존재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즉, 공동체적 생활을 영유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창세기 1장을 보면, 하나님께서 사람을 지으실 때 이미 그들이 큰 단위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 것을 명령하시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창 1:26-28).” 

 우선 하나님께서는 사람 - 단수 - 을 지으실 때, ‘남자와 여자’ - 복수 - 로 지으셨다. 태초부터 인간은 한 객체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복수의 객체로 지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복수의 객체는 ‘생육’하고 ‘번성’해야 한다, 즉 많은 수의 객체로 불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큰 인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 그래서 ‘땅을 정복하는 것’, 즉 모든 공간에 가득하는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사람을 지으실 때 가지신 뜻이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 앞에 죄를 범하여, 하나님에게서 분리되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창조하실 때의 목적이 모든 곳에 서려 있는 공간에서 쫓겨나 그 바깥에 거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아무리 많은 수의 동료들과 함께 있어도, 모든 공간은 그들에게 무서운 장소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공간이 텅 비어서 인간이 없으면, 그리고 그러한 곳에 ‘나 혼자’ 덩그러니 있으면, 그 상황에서 우리 뇌는 위에 나열한 그 모든 감정을 한꺼번에 느낌과 더불어, 그것이 불안하지만 확실한 공포로 변해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장소가 바로 ‘리미널 스페이스’인데, ‘백룸’은 뭔가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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