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브라질은 지금 한겨울입니다. 한국이 여름일 때 이곳은 한국에서 바라보면 지구반대편이니까 당연히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정확합니다.
더워 더워하면서 옷벗어재낄 때, 여기선 추워추워하면서 정강이를 덮는 긴 장화에 오리털 잠바를 입고 출근하는 모습이 생경해보입니다.
여기는 한겨울입니다
저는 한국에서도 안 입던 내복을 입고 추위를 버티다가 낮이 되면 더워져서 뱀이 껍질 벗어던지듯 낮을 보내다가 밤이 되면 다시 내복을 덧입고 잠옷삼아 잠을 청하는 일을 반복합니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겨울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밖에 나가면 울긋불긋하지는 않지만 땅에 낙엽이 뒹굴고, 사탕수수 농장엔 설탕물을 머금은 수수대가 수만 평 단위의 밭들에 한들거립니다. 재래시장에 가면 반드시 한쪽 코너에 사탕수수 주스 내리는 기계가 있고, 당도만 높은 주스는 식상하므로 거기에 레몬이나 파인애플을 혼합한 주스가 대세입니다. 장보기에 주스 한잔은 환상의 재래시장 필수 코스가 되고 있습니다.
유권사님, 브라질의 겨울은 브라질의 대표적인 꽃 이뻬, 부겐베리아와 여러 종류의 꽃들이 천지입니다.
밭에는 사탕수수가 자라고 있으며,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익는 계절입니다. 이렇게 사계절의 희미한 경계선이 계속되고 있으며 겨울에서 봄으로 이행될 때 한국에서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브라질의 겨울나기 힘든 가옥구조도 저 같은 외국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나 전기장판은 아직도 일 년에 두세 주간 사용하는 최애장품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가옥구조는 겨울 추위를 이기는 구조라면 이곳의 가옥구조는 비를 피하고 더위를 이기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집에 가던지, 어떤 용도의 건물이든 타일 벽과 바닥은 상식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방도, 내가 섬기는 교회 바닥과 벽도 타일입니다.
타일은 더울 때는 시원하지만 추울 때는 을씨년스럽습니다.
햇볕으로 나가면 따뜻하고 상쾌합니다만 그늘이나 실내로 들어오면 오싹 춥습니다. 이런 환경이 부담스러운 동양인들은 몇 주간 전기장판이나 온수매트를 깔기도 하고 잠깐 히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제 경우에도 침대 시트 밑에는 전기장판이 깔려있고, 거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가 잠자기 위해서 침대에 들어가기 전에 전기히터로 방안의 온도를 높이고 전기장판의 온도를 조금 높여둡니다.
“아버지 계신 고향집으로 무사히 귀환....”
유권사님, 방안에 들어와서는 잠옷 안에 내복을 입습니다. 이불을 걷어차고 자도 괜찮습니다. 숙면 양말까지 신고 잡니다. 이게 브라질에서 겨울나기를 하는 11년차 한국인의 적응 지혜입니다.
겨울에 제가 하는 일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방으로 나와서 제일 먼저 둥글래와 당귀, 보리, 옥수수, 인삼 등등이 들어있는 큰 주전자에 물 끓이기, 달걀 익히는 기구에 달걀 6개 넣고 전기 온(ON) 스위치 넣기, 더치커피와 우유를 냉장고에서 꺼내놓기, 그리고 예배당이거나 서재에 가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내가 아침상에 찐 달걀 몇 알, 뜨거운 약차, 두 가지 이상의 과일까지 소박한 아침상을 차립니다. 노부부의 소박한 식탁에 집사님들이 빵을 사들고 오셔서 동참하기도 합니다.
집사님들과의 반가운 아침 식사 참여를 기다리는 상징이 무의식적으로 달걀 몇 알 더 올리기, 더운 약차 만들기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을 먹고 30분은 걸어야 한다는 건강지령은 저를 교회가 속해있는 길로 내몰아 센트로 벤자민 길을(Rua. Benjamin Constant 509) 한 바퀴 돌아오게 합니다. 건강을 위해 내몰린 한 시간 남짓은 선교지의 제 ‘걷는 기도 시간’으로 바뀝니다.
“하나님 영육(靈肉) 간에 강건함을 주옵소서. 끝까지 사명 잘 감당하다가 아버지 계신 고향집으로 무사히 귀환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