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의 문화탐방)영화 속 구원의 신앙 9: 매트릭스(9)
2025/10/24 02:01 입력  |  조회수 : 2,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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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모피어스를 만나다(5): 실체란 무엇인가

 죽어야 산다. 네오를 죽은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매트릭스는 그를 자기에게서 벗겨내서 버린다. 기계에게서 놓인 후 끝없이 떨어지던 네오는 맨 밑바닥에 있는 물에 풍덩 빠지게 된다. 그런 그를 누군가가, 아니 더 정확히는 무엇인가가 갈고리를 내려서 물 속에서 건져 올린다. 바로 매트릭스의 틈새 사이로 위험한 항해를 하는 모피어스의 함선이다. 

 의심의 여지없이, 이 장면은 세례를 의미한다. 세례란 이 세상에 대해서 죽은 옛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상징하는 성례이다. ‘상징한다’고 했는데, 그것은 물 세례가 사람을 이 세상에서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으로부터 자유하게 된 사실을 표시하기 때문이다. 

 네오를 깊은 물에서 건져 올린 모피어스의 전함 이름은 ‘느부갓네살’이다. 이것 역시 흥미로운 설정이다. 앞서 말했듯이, 모피어스의 헬라어 이름은 ‘모르페우스’로, 꿈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다니엘서에 등장하는, 꿈과 관련이 많은 느부갓네살이 그의 함선이다. 느부갓네살은 신 바빌로니아 제국의 황제로, 성경에서 하나님의 백성인 유다 왕국을 무자비하게 징벌하고 예루살렘 성전을 무너뜨리는 도구로 쓰인 인물이다. 

 군사력과 경제력의 정점에 서 있었던 대 제국의 황제였기 때문에, 성경에 나오는 그의 꿈도 대단한 스케일을 보여준다. 두 차례에 걸친 그의 꿈은 그의 사후에 지중해와 메소포타미아에 걸친 나라들의 흥망성쇠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황궁 박사이기도 한 선지자 다니엘이 하나님의 영으로 이 꿈을 해석하는데, 영화에서는 다니엘이 없다. 꿈은 있지만 해석이 없는 것이다. ‘해석자’라는 뜻을 가진 ‘오라클’이라는 등장인물이 좀더 뒤에 나오기는 하지만, 그녀는 해석자라기 보다는 오히려 예언자에 가까운 아리송한 말을 하는 인물이다. 

 꿈은 있지만 해석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흘러가는 영화의 서사는 폭발적이 된다. ‘해석’이라는 합리주의적 무게 제한이 없이, 오직 ‘믿음’이 모든 것을 이끌어 가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믿음’이란 한 개인의 지적 요소와 감정적 요소, 그리고 의지적 요소를 모두 쏟아 부어서 어떤 방향과 정점을 향하여 쉼 없이, 정렬적으로 가는 태도를 말한다. 

 몇 장면 후에, 네오가 모피어스의 인도에 따라 오라클을 찾아갔을 때, 그가 그녀에게 자기 자신이 ‘그’인지 - 즉 구세주인지 - 아닌지 잘 모르겠다고 하자,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가 된다는 것은 사랑에 빠진 것과 같아. 아무도 네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해줄 필요가 없어. 너는 그냥 알기 때문이지. 그 사실에 대해 너는 의심하지 않아. 아무런 의심도 없지… 그런데 너는 은사는 있는 것 같지만,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구나.” 

 그렇다. 믿음은 마치 사랑에 빠져 있는 것 같은 무엇이다. 생각은 늘 특정 방향으로 향해 있고, 감정은 늘 어떤 높이로 향해 있으며, 의지는 늘 어떤 정점으로 향해 있다. 아무도 내가 믿는지 안 믿는지 말해줄 필요가 없다. 내가 믿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인식하고 있고, 느끼고 있고,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심이 없다. 믿든지 믿지 않든지, 둘 중 하나다. 그런데 안 믿는 사람이 믿게 되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오라클이 말한,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기대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리고 기대한다는 것은 희망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믿음은 희망을 낳고, 희망은 갈수록 더 강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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