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제 기억으로는 한국의 습하고 지독한 더위가 8월 15일을 기점으로 서서히 물러가고 찬바람이 도는 가을을 맞게 되는 데 요즘 어떠세요? 한국의 한해는 24절기를 알면 사계절 이해가 쉽습니다.
한국의 24절기를 세우는 계절의 뼈대들
춘하추동(春夏秋冬)이 시작되는 절기 이름은 입자(入字)로 시작해서 계절의 뼈대를 세웁니다. 예를 들면 봄의 시작은 입춘, 여름의 시작은 입하, 가을의 시작은 입추, 겨울은 입동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뼈대는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春分)과 추분(秋分)입니다. 또한 절기는 한 달에 두 번 약 보름 만에 한 번씩 찾아와서 24절기가 됩니다.
유권사님, 한국에는 가을이, 브라질에는 봄이 찾아왔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절기를 말할 때 참 재미있게 가르쳐주셨습니다. “어정 7월 건들 8월 입추(立秋)*, 모기 입이 돌아가는 처서(處暑), 이슬 내려 가을 왔네 백로(白露), 가을걷이 한창이다 추분(秋分), 찬이슬이 맺힌다고 한로(寒露) 서리 내려 싸늘하다 상강(霜降)” 가을과 관련된 가사에 곡을 붙인 ‘몽당오늘’의 노래도 재미있습니다.
“가지 않을 것만 같은 지난 여름, 어느새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하나봐. 낮은 아직 조금 덥지만 제법 쌀쌀해진 밤공기, 가을 속으로 들어오세요. 밤의 열기도 낮의 더위도, 너희 모습도 모두 사라져가. 하늘은 맑아지고 선선한 가을바람, 아침 풀잎에 하얀 이슬 백로, 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 이젠 밤이 길어지겠지. 들판에 누군가 한해의 결실을 담을 때 내 맘은 비어가네. 10월 8일에서 9일 추수가 한창인 시간, 아침에 이슬이 차가워지고 코끝이 시큰해, 한로가 왔구나. 부쩍 짧아진 가을에 잠을 이루기가 힘드네. 주위엔 풀벌레 우는 소리 가득해. 쓸쓸하고 헛헛한 마음을 보면 아마도 나, 가을을 타나봐. 찬서리 앉은 창밖엔 마지막 단풍이 가득 쌀쌀하니 몸조심해요. 가을 끝 다시 만나요.”
창조절을 맞이하는 피조물의 다짐은
브라질에서는 그 계절에 아직 잎이 나지 않은 가지에서 노란색과 분홍색의 ‘이빼꽃’이 거리에도 산에도 흐드러지게 피어납니다. 마치 한국의 벚꽃이나 개나리처럼 ‘꽃이 먼저 잎은 꽃이 지면서’ 그렇게 봄 마중을 합니다. 그럴 때쯤 우리 가정에서는 겨울에 침대 밑에 깔았던 전기장판이 거추장스럽고, 차갑게 느껴졌던 바닥과 벽타일이 사랑스러워지는 계절이 되고, 교회에서 사택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선 춘란이 교인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전령사가 됩니다. 그런데 유권사님! 일 년 365일, 12달, 24절기는 누가 만드셨나요? 하루, 한 시간, 아니 단 일분이라도 그 시간을 주관하시는 분의 창조섭리와 구원사역을 기념하고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회복하고 돌보는 창조주 는 누구신가요? 창조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 교회절기, 창조절(創造節)을 지키는 우리의 삶 가운데도 다양하고 풍성하신 은총이 더하길 기원해봅니다.
* 칠월과 팔월이 어정어정, 건들건들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는 뜻으로 농촌에서는 김매기도 끝나 호미씻이를 한 뒤여서 잠깐의 망중한을 누리는 시기를 말한다.래서 급히 원고를 하나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