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한국의 눈 소식은 일 년 내내 눈이 오지 않는 이곳에서도 신납니다. 페북(facebook)에 눈 온 풍경사진들이 멋지게 도배를 하고 있습니다. 방학하고 한국 방문하는 학생들에게도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지난 주간에 떠나는 가정에게 “여기 브라질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와야 한다. 그 경험을 개학하면서 브라질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면 좋겠구나.”
셧다운과 안식년 기간, 한국을 방문하는 가정들
그런 당부를 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기도해주길 잊지 않았습니다. 다음 주일예배를 마치고 떠나는 가정, 아내와 아이들은 먼저 떠나고 아버지들은 회사 사정을 다 감안하고 두주 정도 “셧다운 기간” 동안 한국에 다녀오는 가정도 있습니다. 개구쟁이 한 아이에게는 이번에 한국에 가면 할머니와 고모를 졸라서 스키캠프를 다녀오면 평생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까지 구체적으로 조언했습니다.
옛날 옛적 젊었을 때 CBS춘천방송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춘천주변에는 겨울에는 스키장, 나머지 계절에는 골프장을 운영하는 콘도미니엄이 참 여럿입니다. 방송국의 젊은 직원들은 겨울이 오면 퇴근하고 스키장에 가서 밤 새 놀다가 바로 출근하는 이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방송국과 콘도미니엄이 운영하는 2박 3일 스키캠프가 있었습니다. 우리 큰 아들 용기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스키캠프에 한번 다녀오고는 삼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마다 며칠 스키장에서 사는 스키 마니아가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생전 눈 구경도 못하고 지나가는 브라질 아이들이 겨울철에 고국을 방문해서 할 일은 스키배우기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한국에서 브라질로 와서 근무하는 주재원 가족들은 골프를 배우느라 여념이 없는 것이나 하랑이가 한국에 가서 스키를 배우는 것은 같은 이치입니다.
우리 선교사 가족들 중에도 안식년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 가는 이들이 여럿 있습니다. 파라과이 임선교사는 큰아이 세빈이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는 일, 둘째 딸 은우가 연세대 언더우드 학부에 입학하는 경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졸업식에 참여하고 입학식에 참여하는 미션을 갖고 한국을 방문합니다. 그런가 하면 아순시온의 이명훈 선교사 가족 6식구가 벼르고 별러서 한국을 방문하는 여정을 페북에 보고하고 있어 마음이 훈훈했습니다.
또니는 모교회에서 학사보고, 엄마는 학위수여식 참석
그런데 우리교회 토니 정민선은 오년 전 신학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한국에 가서 금년 4학년을 마치고 내년 초에 학위수여식이 있는데 오는 길 가는 길이 모두 부담스러워서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또니가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얼마나 알뜰하게 지냈는지 대학가 주변의 공동주택을 서울시가 사서 리모델링하고 대학생들에게 임대료 5만원 남짓하는 “꿈꾸는 다락방”에 당첨되어 서대문 부근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편하게 살고 있지만, 한국생활 5년 동안 기도원에서, 대학기숙사에서, 선교사 임시숙소로 옮겨 다니며 급기야는 꿈꾸는 다락방에서 졸업하게 된 것을 생각하면 참 콧등이 찡합니다. 이런 아들이 졸업을 하는데 엄마 한경은 집사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저에게 잘라 말했습니다.
아들은 콧등을 찡하게 하고, 엄마는 가슴이 미어지게 합니다. 제 생각에는 신학대학 학위수여식 전에 브라질 파송교회에 와서 학사보고와 설교를 하고 엄마 한경은 집사를 모시고 한국에 가서 졸업식에 참여하고, 토니는 대학원에 엄마는 브라질로 돌아오시게 하는 일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응답 주십사” 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