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지난 주간부터 주일 낀 한 주간을 198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브라질의 수도인 브라질리아에서 보냈습니다. 56년의 역사를 가진 브라질리아 한인성결교회 유기원 조경미 목사부부의 초대로 강단교환예배를 드렸습니다. 유기원 목사는 작년 10월에 우리교회에 오셨었고 저는 이번에 브라질리아 한인교회에 간 것입니다.

 강단교환예배로 은혜를 나누다

 목사가 당신이 시무하는 교회 강단을 비우고 상대교회의 강단에 서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고 양쪽 교회 성도들의 동의가 필요할 만큼 비중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래서 지난 10월 선교사협의회 수련회를 끼고 주일에 우리교회 강단을 맡아 함께 은혜를 나눴고 이번에 2024년 당회와 구역회를 마친 후비교적 홀가분하게 브라질리아 한인성결교회 주일 강단교환예배 설교로 은혜를 나눴습니다. 

 브라질리아는 처음부터 계획된 도시이고 브라질의 수도인지라 상하양원, 행정부 빌딩들, 대법원 등등이 비행기 동체처럼 긴 광장을 끼고 양쪽에 모여 있었고 인공호수가 도시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최청자 권사와 며느리 장지애 권사의 환대를 받으며 맛집 Das Minas의 소고기 “삐깡야”, 바다 없는 내륙의 생선회, 잡채와 오징어 볶음요리, 아구찜 등등 날마다 조경미 사모의 지극정성으로 식도락을 만나는 한 주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새벽기도회, 아침식사 후 한 시간 걷기, 점심 식사 후 브라질리아 명소 방문, 풍물시장, 인공호수, 조따까(JK) 박물관, 대통령집무실, 비행기 기수부분의 국회의사당, 날개부분에는 고층주택과 각국대사관, 도시 처음 예배터의 십자가, 메트로폴리탄 성당, 평화와 진리탑 등등 모처럼 휴가 간 우리를 맘껏 쉬게 하는 고즈넉한 프로그램이 줄을 잇고 있었습니다.

 대사관들이 모여 있는 길에는 당연히 한국대사관이 한옥형태로 단아한 기와지붕이 인상적이고, 같은 지역에 한국의 최고명문 서울대학격인 우니베(UNB)가 있어 방문했습니다. 3만 장서를 자랑하는 책 부자 유기원 목사와 학교의 격을 알 수 있는 대학도서관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서가와 열람실 등등 브라질 명문대학답게 훌륭했고 열람실에 학생들이 꽉 차있어 덩달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도서관에서 동시에 절망도 맛봐야 했습니다.

 UNB도서관 한국어 서가, 한숨밖에 안 나오네

 한류 바람을 타고 영화와 K-Pop, 음식, 현지인 한글학습을 위한 세종학당 등등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한류물결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음을 느끼고 있어 도서관에도 한국어 책을 모아놓은 한국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웬걸요 몇 권 안 되는 7-80년대 책들에 먼지가 수북했고, 그나마 한국어 장서는 지하 외진 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폐지 창고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참담했습니다. 

 아뿔싸! 대사관이 코앞인 명문대학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이 도발에 문화담당 영사는 이 사실을 알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열심히 찍어 당국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었지만 길이 없어 페북 친구들에게 보냈습니다. 제 서재만큼도 안 되는 한국의 민낯을 브라질 수도 국립대학 도서관에서 본 것입니다. 여기도 그러니 다른 대학은 오죽하랴 싶었습니다. 수백의 페친들이 댓글을 달아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고..., 이게 대한민국 문화외교의 현실이겠지! 일본은...., 제 서재에 있는 책을 기증하고 싶어지네요.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사진으로 봐도 그러네요, oh my god, 브라질로 서적보내기 운동을 벌여야 할 것 같습니다. 대사관 영사관이 할 일은 안 하고 딴 짓거리 하니까 그런 거지...” 

 어느새 주일이 되어, 교인들에게 설교하고 온 교우들이 도시를 두르고 있는 인공 호숫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교제 한 후 한주간의 휴가를 끝내고 비라코퍼스(VCP) 공항을 통해 교회로 돌아왔습니다.